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이자,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대부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정부가 정식 등록 업체를 관할하면서 제도권 금융회사인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되, 미(未)등록 업체들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단속을 강화한다.
이는 기존의 시장을 장악해온 대형 대부업체들 입장에서 볼 때 '제도권 금융'으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반면, 영세 업체 및 미등록 업체의 시장 퇴출을 예고하고 있어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안전행정부,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의 '대부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법인 대부업체는 1억원, 개인 대부업체는 5000만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야 영업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또 2개 이상의 시도에서 영업하려면 자본금 5억원 이상을 보유한 '법인'이어야 한다.
주택과 같이 주거 용도의 건축물에서는 대부업을 영위할 수 없으며 단, 보증금 1000만원 이상의 사무실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보증금은 등록기관에서 관리하되, 대부업체가 불법행위를 할 경우 소비자 피해 보상금으로 활용된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대부업체에는 저축은행 인수도 허용된다.
2011년 이후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정부가 관리 중인 은행 중 상당수는 매각에 실패하면서 주인이 없는 상태이다.
최근 예성저축은행과 예쓰저축은행 매각에는 금융기관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부 대부업체의 경우 저축은행 인수에 참여한 적은 있으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없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해 대부업체 이용자 수요를 저축은행으로 흡수할 경우, 관리·감독 및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인수 자격은 정부가 정한 엄격한 기준을 갖춰야 한다.
또 저축은행이 대부업체 대주주의 자금 조달 창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의 대부업체 대출이 금지된다.
저축은행 고객을 대부업체로 알선하는 것도 금지된다.
한편 등록 대부업체 수는 2002년 2223개에서 지난해 1만895개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부업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업체들은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반면 영세 업체의 경우 불법 고금리나 음성적 거래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등록 대부업자 중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9188개로 거의 대부분인 84.3%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 100억원 미만의 소형 법인도 1578개로 전체의 14.4%를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서울시 소재의 개인 업체 중 실적이 아예 없는 곳은 41%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