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대부업체들을 제도화하는 것은 대부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대부업 시장은 이미 대형 업체와 영세 업체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나, 업계 상위의 업체들은 사금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피해가 적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들은 법규 준수뿐 아니라 금융 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제도권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사회 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는 시장에서도 대형 대부업체들을 제도권으로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 안팎에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영세한 업체의 영업이 제한될 경우 오히려 음성적 거래가 만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정책을 추진한 금융위원회조차 당초 대부업 양성화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됐으나, 금융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서민층이 지하경제로 내몰릴 것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대부업체를 단속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점도 금융 당국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세 대부업체들을 규제해도 금융 당국의 눈을 피해 사채 시장이 횡행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시장의 반응을 미리 인식한 듯 금융위는 이에 대한 방지책을 다각도로 마련했다.
기존의 대부업자가 폐업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음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등록 요건 도입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신규 등록에 한해 우선 적용, 기존 업체는 2년 동안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또 폐업 업체의 채권을 다른 대부업체나 공적 자산관리 회사에서 인수하도록 하고, 폐업 업체들이 현금을 마련해 다른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음성적 거래를 단속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경찰의 협조도 강화된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대부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의 업체 위주로 재편, 대부 영업이 보다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뤄지면서 소비자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는 또 관리 업체의 과징금이나 임원 제재를 강화하고,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제를 도입하는 방법도 검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