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기관들 백방으로 뛰지만…세수진도율 역대 최악
정부, 불용예산 축소 착수…"각 부처 기본경비 15% 삭감"
나라 곳간에 '빨간 불'이 제대로 켜졌다. 사상 최악의 세수부족 사태가 점차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돈줄을 찾지 못한 정부는 결국 '군살빼기'를 통해 세수부족분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올해 세수부족분을 7∼8조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현재 내국세(관세 제외) 분야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7조8000억원 이상의 세수(2012년 7월 124조3000억여원, 2013년 7월 116조4500억여원)가 부족징수됐다.
추경까지 편성해 당초 잡았던 세입예산안을 대폭 끌어내렸지만(216조4263억원→210조3981억원 : 6조282억원 감액) 감액된 목표치를 채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 '뚝' 떨어진 세수진도비…세수난 사상 최악 치닫나 = 지난 7월 현재 국세청이 집계한 내국세 세수진도비는 58.5%. 지난 2010년(64.3%), 2011년(65.0%), 2012년(64.7%) 세수진도비 대비 턱없이 떨어지는 수치다.
관세청이 담당하고 있는 세수(관세+내국세(부가가치세))도 비록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진도율(2012년 7월 59.4%→2013년 7월 56.4%)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입기관 안팎에서는 현 부총리가 언급한 세수부족분을 뛰어넘는 수준의 부족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종료된 법인세 중간예납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반전'의 기회 마저 잃었다.
세입기관 안팎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올해 전체 세수부족액은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세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각종 대책들이 국회에 저당 잡혀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사상 최악의 세수상황에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기초연금 등) 후퇴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물론 세수부족을 둘러싼 야권의 대(對)정부 공세의 강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이와 관련 "낙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세입을 과다추계했던 정부가 지금의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며 "부자감세 부분을 원상 복귀시키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돈줄 찾기 혈안 된 정부, "허리띠 졸라맨다" =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마땅한 돈줄을 찾는데 실패한 정부는 결국 각 부처에 세출예산 절감을 요구하는 등 정부 예산에 낀 '군살'을 빼는 작업에 돌입했다.
구체적으로 4분기 예산과 관련해 각 부처의 기본경비(출장비, 공공요금, 급식비, 교육훈련비, 업무추진비) 15%를 삭감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4분기 사업예산도 우선순위를 정해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는 매년 5∼6조원 수준으로 발생해 온 불용예산(예산에 편성되어 있던 예정사업이 중지되면서 지출의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경비)을 더 늘려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방편이다.
불용예산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예산편성이 방만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세수부족분 메우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하다보니 정부 내부적으로 인건비 등을 줄이는 가이드라인(15%)을 정해놓고 있다"며 "각 부처를 대상으로 세수부족분을 메꾸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2차 추경을 편성해 세수부족분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하반기 세입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어서 연말 최소 10조원의 세입 결손이 우려된다"며 "2차 추경 편성이나 추가 재정지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2차 추경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정치권의 2차 추경 필요성 주장에 대해 "통상 불용예산으로 5∼6조원 정도 여유가 있고, 기타 기금 등을 활용하면 (세수확보가)가능하다. 2차 추경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