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시기를 2주 동안 연기하는 등 '고심'의 흔적이 역력한(?) 지방재원 확충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접한 지자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자체들은 정부의 시간끌기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대책 자체가 부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 11일 재원대책 발표를 예정했지만 세부내용에 대한 지자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발표계획을 연기했었다.
25일 발표된 재원대책의 핵심은 영유아보육료 국고보조율을 현행보다 10%p 인상하고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분 2조4000억원을 지방소비세율의 단계적 인상(6%p 인상, 2015년 지방소비세율 11%)을 통해 메운다는 것이 핵심.
2주 전 발표될 예정이었던 방안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영유아보육료 국고보조율 20%p 인상, 지방소비세율 11%p 인상(지방소비세율 5%→16%)을 주장해 온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애초 방안에서 한 발짝도 달라지지 않은 내용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방소득세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장애인 요양시설 등 지자체 재정부담의 원흉 중 하나인 3개 분권교부세 대상 지방이양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는 등 '당근책'도 내밀었지만 지자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뒤통수 맞았다"…허탈한 지자체들 = 정부의 대책에 지자체들은 한 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 일색. 특히 지자체의 사업 중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 영유아보육료 국고보조율이 20%p 인상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세수부족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취득세의 영구인하(현재 2∼4% → 1∼3%)로 인한 세수감소분 보전 대책도 마찬가지. 세수감소분을 보전하기에는 중앙정부의 대책이 미미하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주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대책을 발표했다.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반대했던 내용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며 "이대로 가면 지자체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백날 얘기해봐야 반응도 없고 절충안도 없다. 이번에는 정부가 단단히 마음을 먹어 의지를 꺾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영유아 무상보육은 대통령이 공약한 사업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국고보조율을 20%p 높이지 않으면 부족한 사업비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시도지사 간담회를 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고, 현재로서는 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을 통과시키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흔들릴 기색 없는 정부…지자체들 "희망은 국회 뿐" =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고한 중앙정부의 태도에 지자체들은 마지막 보루로 국회를 바라보고 있지만 국회 상황도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현재 계류 중인 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20%p 높이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통과에 대해 야권의 추진의지가 강하지만 정부 역시 절대 물러나지 않겠단 입장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법으로 보조율을 끌어올리면 재정지출이 의무지출이 된다. 예산당국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며 법 통과에 대한 강한 반대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야권의 의지만 가지고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5일 지방재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영유아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지자체 나름대로 걱정이 있겠지만 향후 지방소비세 확충 등으로 지방재원을 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방소득세를 부가세 방식에서 국세와 과세표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과세표준을 동일하기로 한 대책을 부각시키며 "과세자주권을 확충해준다는 취지로, 이번 안은 경제활성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높여주는 것이 이번 재원대책의 핵심이며 중앙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전제로 대책을 마련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서울시가 영유아 보육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자체가 세출에 비해 세입확충이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내년 경기여건이 좋아진다는 전망도 없지만 세출 쪽을 보면 다양한 복지공약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이번 정부안은 다른 복지정책은 고려하지 않은, 취득세 보전 수준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