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진입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지원이 사실상 후퇴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정부는 26일 2014년 예산안을 통해 내년 기초생활보장과 보육, 노인, 보건, 주택 등 복지 예산을 올해 99조2927억원에서 6조6799억원 늘어난 105조9726억원을 편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복지 예산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전 계층 노인과 중증장애인들에게 기초연금을 현행 기초노령연금(월 9만4600원 지급)과 합쳐 두 배인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정부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한발짝 물러났다.
아울러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필수 의료서비스를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키로 했다.
기초생활보장 통합급여 체계를 맞춤형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하고 부양의무자 소득기준 완화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하는 한편, 국민들의 복지서비스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복지 공무원 1177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 기초연금 공약 후퇴…영유아 무상보육은 GO! = 정부는 '소득하위 70%'라는 기준선을 설정했더라도 대부분의 노인(전체의 90%)이 기초연금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공약후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영유아 무상보육 사업 역시 지자체의 국고보조율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날 국고보조율을 지자체의 요구사항인 20%p 인상의 절반 수준인 10%p만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국공립어린이집을 96개소에서 121개소로 확충해 영유아 부모의 양육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우수 민간 어린이집 지원을 현행 1700개소에서 180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노인 복지를 위해 학교급식 도우미, 예절·서예·한자강사 등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32만개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 2014년 75세 이상 노인에서부터 2015년 70세, 2016년 65세로 낮추기로 했다.
그동안 통합 체계로 적용되던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개별급여로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수급자로 선정되면 생계, 주거, 의료, 교육 급여가 일괄 지급됐지만 이제는 이를 개별적으로 선정해 지원을 차별화, 각 가구가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울러 전세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주택난에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주택구입과 전세자금에 필요한 지원예산을 올해 7조7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7000억원 늘어난 9조4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4대 중증질환 관련 건강보험 적용 필수 의료서비스를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 94만원의 본인부담금이 2016년에는 최대 34만원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사회복지통합정보망 고도화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올해 166억원에서 내년 289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 환경분야, 중복사업 '정리'…가습기 피해 예산 신설 = 복지예산 확충을 위해 정부는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환경분야 예산은 과감히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생태하천복원 사업은 예산은 올해 2886억원에서 내년에는 2436억원으로 축소하고, 하수관거·처리장 사업 예산도 올해 1조7672억원에서 내년에는 1조6329억원으로 감축했다.
다만 석면슬레이트 철거 지원 예산을 올해 144억원에서 288억원으로 늘렸으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에 108억원의 예산이 신규로 투입된다.
매년 문제가 됐던 장마철 도시침수 문제와 농어촌 마을하수도 개선을 위해 올해 5690억원에서 내년에는 6983억원으로 예산을 늘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