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득수준 감안하면 경제성장률 나쁘지 않아"
"금리 마진 압박 따른 수익성 악화는 점점 심화될 것"
수수료 수익 안주하면 미래 없어…정부, 불필요한 규제 줄여야
저금리, 주식시장 침체,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금융업 환경이 차츰 악화되고 있다.
미국 금융 당국이 전 세계 자본시장에 투자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금융 위기는 더욱더 급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30일 오후 서울YWCA에서 '한국의 금융 산업 위기, 과연 현실화되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 산업이 위기에 놓여있지만, 유럽이나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당 부분 양호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우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 이미 풀린 돈을 다시 회수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글로벌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내년에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경제성장률은 최고가 가능한 수치이다.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히려 지나치게 성장하면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중국의 경우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둔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상황에 대해서는 비교적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경제 전체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보면 미국은 2008년 이후 하락하는 반면, 유럽은 약간 상승하는 모습이 감지된다"며 "유럽의 경제권은 폐쇄적이라 수출 경쟁력이 없다. 유일하게 독일만이 경쟁력을 갖췄으며, 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은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오코 네모토(Naoko Nemoto) 스탠더드앤드푸어스 전무는 "저금리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데, 이 중 부동산 가격 대비 과잉 대출 증가가 중국·말레이시아·호주에서 보여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요 은행의 총 자산을 보면 한국은 많이 떨어진다"며 "심각한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부정적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마진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2~3년 간 계속되고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오코 전무는 증권사들의 경우 기업 대출, 현금 관리 등 업무가 다양해지며 리스크가 커지고, 손해보험사들은 일본과 비교해 금리가 높으면서 리스크도 더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손해보험사들이 보장성 저축 상품에 의존하다가 위험 자산을 줄이면서 장기 상품으로 비중을 늘려갔다"고 소개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금융 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금융 산업이 왜 후퇴하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일반은행들의 경우 독과점 환경에서 쉽게 장사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은행의 가계 대출이 42%대에 달하는데 은행의 제일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여신 심사 기능이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해외 금융사들과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창환 맥쿼리증권 CRO(Chief Risk Officer)는 "국제적인 금융 규제 강화는 글로벌 트렌드라 거스를 수 없지만, 안타까운 것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자본시장법이 그 영향을 받았고 파생 상품에 부정적 시각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상 IB는 금지시키는 것을 제외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게 취지였는데 위험이 없는 수수료 수익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홍콩·상하이·싱가포르 증권사들과 경쟁하려면 좀 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