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CP)의 불완전 판매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불완전 판매란, 금융회사 직원이 상품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어느 범위까지 안내가 이뤄져야 할 지, 또 이를 듣고 가입을 결정하는 소비자는 얼마큼 들어야 맞는지 매우 애매합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는 이러한 불완전 판매로 인한 민원이 자주 접수됩니다.
투자자가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 수익률 높은 상품에 가입한 경우 이는 스스로의 책임이 크지만, 간혹 금융회사 직원들은 위험성에 대한 사실을 속이고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일도 있습니다.
60대 가정주부 A씨의 사례가 바로 그러한 경우입니다. A씨는 펀드 가입 경험이 전혀 없고, 여윳돈을 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보수적 투자성향을 가졌습니다.
그는 은행원으로부터 파생 상품 가입을 권유받았습니다. 투자 설명서에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대한민국 국가신용 수준의 등급(A3)을 인정하고, 6년 동안 3개월마다 1.2%의 금리를 고정적으로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었습니다.
A씨는 5000만원을 투자했으나 3년 뒤 중도 해지, 2807만4500원을 돌려받았습니다.
3년 3개월 동안 받은 수익금은 총 921만2500원. 중도 환매 수수료 56만1490원을 제외하더라도 약 1200만원 이상을 손해본 것입니다.
A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고정적으로 수익을 얻는 안전한 상품에 투자하러 왔다가 좋은 상품이라고 해서 가입했다"며 "당시 은행원은 펀드라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3년 동안 정기예금으로 알고 투자한 상품이 펀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이미 손실이 커진 상황이었다"며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가입 권유 시 대한민국 국채 신용 등급 수준의 안정성이 있다고 설명하긴 했으나, 정기예금이라고 안내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직원은 고객의 거래 경위와 방법, 투자성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투자를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무디스의 평가는 변경될 수 있고 실제로 등급이 하락했으나 은행 직원은 신용 등급이 마치 확고 불변의 진리인양 과대 포장했고, 투자 경험이 부족한 A씨가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원회는 A씨의 손실액 중 절반을 은행에서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한편, 개인 투자자의 불완전 판매관련 소송을 맡은 일이 있는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법정에서의 '증언'이 패소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소송을 제기한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파생 상품이 원금 손실을 입는 금융 상품인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판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돈을 잃을까봐 잠을 설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판사는 투자자가 원금 손실 금융 상품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융 상품의 불완전 판매는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반면 금융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금융회사는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완전 판매를 악용해 손실을 회피하려는 투자자도 없어야겠지만, 금융회사의 판매 관행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금융 산업은 보다 선진화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