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피하려 1천만＄ 홍콩에 '꽁꽁'…역외탈세 백태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1000만 달러(한화 약 107억5000만원)나 되는 돈을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홍콩 비밀계좌에 은닉하는 등 관세청이 찾아낸 불법외환거래 사례는 각양각색이었다.

관세청(청장 백운찬)은 7일 '조세회피처 불법자본유출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를 비롯한 조세회피처를 통한 국부유출 등 불법외환거래 약 1조123억원 상당(40개 업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A사(완구류 수출) 대표는 작고한 회사 창립자인 아버지가 해외에 은닉한 1000만 달러에 대한 상속세 등을 회피할 목적으로 BVI 페이퍼컴퍼니 명의의 홍콩 비밀계좌에 재산을 은닉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 사후에도 계속해서 중계무역 수입가격을 고가로 조작해 200만 달러를 은닉하는 등 총 1200만 달러를 페이퍼컴퍼니 명의 홍콩 비밀계좌에 은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에 따라 도피자금 잔액 420만달러(46억원 상당)를 국내 환수조치하는 한편 탈루세액 120억원을 추징할 예정이며 상속세 등 내국세 탈루 부분은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해외법인 지분을 허위매각해 수익금을 조세회피처에 도피시킨 사례도 있었다.

B사(IT금형 수출)는 홍콩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다가 이 법인의 지분을 회사 대표 명의의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매각한 후, B사가 홍콩 법인에게 물품을 저가 수출해 벌어들인 수익금 662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은닉했다.

은닉한 자금 중 100억원은 외국인투자로 가장해 국내 계열사에 투자하거나 다른 국내 상장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관세청은 B사 사주의 재산도피, 자금세탁, 해외예금미신고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며 내국세를 탈루한 자료는 국세청에 통보할 계획이다.

C사는 해운중개로 발생한 수익금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명의 비밀계좌에 96억원 상당을 은닉하는 등 역외탈세를 했다.

은닉자금 중 4억원 상당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되는 금액(1일 2000만원) 미만의 소액으로 나눠 직원들 명의로 해외에서 증여받는 것처럼 영수해 자금세탁을 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관세청은 재산도피와 자금세탁 등 144억원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내국세 탈루 부분은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