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판매수수료 체계 개선해 연금저축 활성화해야"
보험硏 "수수료와 연금 활성화 별개문제…논리적 비약"
급속한 고령화 속에 노후소득보장체제로 주목받고 있는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의 활성화를 놓고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을 빼고는 뾰족한 노후보장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의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이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업계 등의 시각은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11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여의도에 위치한 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연금저축 활성화 방안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후의 주요 수입원으로서 공적·사적연금의 비중이 13.2%로 미국 67.0%, 일본 67.5%, 독일 84.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연금저축시장은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2011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16.4%가 가입해 있을 정도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
이 같은 연금저축 시장의 부진에 대해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금융연구센터장은 문제점으로 가입률, 유지율, 수익률이 모두 낮은 3저 현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금저축 상품의 다양성과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제혜택 유인이 낮아 여전히 낮은 가입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복잡한 계약이전 절차와 가입금액 조정시 불이익 등으로 연금저축의 유지율도 가입후 10년 경과 시점에서 절반 수준인 52.4%만 계약을 유지할 정도로 이탈이 많다는 것.
또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수수료 부과 체계 문제 등이 얽히며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부분이 연금저축의 가입을 유도하기에 힘에 부친 대목으로 지목했다.
이 센터장은 “세제적격 연금저축보험에 의료비를 보장하는 기능을 더한 신상품의 개발을 고려하고 노후준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베이비부머들이 짧은 기간 내 노후준비를 완성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개인연금과 관련해 50세 이상 국민에게 연간 소득공제 한도 이외에 추가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해 은퇴 후 적정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효율적인 연금운용을 위해 개인의 생애주기와 금융자산 축적에 따라 자산배분 비중을 조정토록 하고, 연금저축계좌로 적립한 자산을 수령하기 전에 다른 회사로 이전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계약이전 절차도 간소화 또는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보험권의 경우 궁극적으로 판매수수료 부과를 분급방식(또는 후취방식)으로 유도해 기존에 판매수수료가 선지급되며 보험계약의 유지·관리보다는 판매에 치중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저축성보험의 계약체결비용 중 50% 이상을 7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아웃바운드 영업방식의 판매채널이 아닌 온라인 채널 및 방카슈랑스 채널의 경우 이러한 분급방식 또는 후취방식을 보다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진익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오늘 발표 내용은 정책당국과 미스매치(불일치)가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수수료 체계 개선 제안은 장점만 이야기하고 단점에 대한 언급이 없는 불완전판매 같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모집수수료 체계를 개선하고 분급을 확대하면 연금저축 가입률과 유지율, 수익률이 강화될 것이라고 하는데 모집수수료 자체만 보자면 연금저축 활성화와는 별개 문제이며 논리적 비약이다"고 지적했다.
진 실장은 "분급 비율 등은 정책당국자 몇 사람이 뽑아낼 수치가 아니며 학자들은 최소한의 지도를 만들어 주고 시장참여자들이 알아서 시장친화적인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시된 방법으로 3년 안에 낮춰가는 방식은 사회적 비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밝혔다.
박서용 교보생명 팀장은 "연금저축 수익률을 보험과 은행, 증권과 비교하는데 장기간 지급해야 하는 보험의 특성을 무시하고 10년 이후 적립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업권 간 연금상품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저축은 목적자금인 반면 연금은 이와는 성격이 틀린 만큼 저축과 연금을 분리해 수수료 체계 개선을 추진한 다음에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한 박정훈 금융이원회 보험과장은 "오늘 자리가 불완전판매 같다는 지적을 했는데 오늘 다양한 의견이 나온 만큼 그런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며 "정부는 연금저축 활성화와 관련 보험산업 발전을 고민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외침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도 알아 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