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09년 245명 조사, 1조9445억원 추징
실제 징수세액 고작 368억원…징수율 1.89% '굴욕'
국세청이 탈세로 얼룩진 금지금 시장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인원과 시간을 투입했지만, 결국 손에 쥔 것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7년 동안(2003년∼2009년) 245명의 금지금 사업자를 조사, 1조9445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지만 정작 국고로 환수된 세액(징수세액)은 368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징수율 1.89%. 충격 그 자체다.
금지금 시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6년 국세청이 거액의 탈루세액을 모조리 추징하고 관련자들을 고발조치, 시장 정상화에 기여했다며 큰소리 쳤던 것과 달리 실체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던 셈이다.
그동안 국세청이 금지금 시장 세무조사 실적과 관련해 추징세액 규모를 공개한 경우는 있었지만, 실제 국고로 환수된 징수세액 수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03년부터 금지금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중소형 금지금 업체는 물론 '외형확장' 경쟁을 펼치던 H상사 등 유명 대기업들도 직간접적으로 '면세금지금 제도'를 악용한 '폭탄거래'에 동참, 막대한 규모의 혈세가 누수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었다.
연도별 금지금 변칙거래 조사실적은 2003년 10건(조사인원)·1000억원(추징세액), 2004년 26건·5142억원, 2005년 31건·4064억원, 2006년 110건·5666억원, 2007년 35건·1870억원, 2008년 22건·531억원, 2009년 11건·1172억원 등이었다.
표면적인 추징실적은 누수됐던 혈세를 상당부분 회수(총 1조9445억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국고로 환수된 징수세액은 2003년 3억원, 2004년 25억원, 2005년 6억원, 2006년 193억원, 2007년 4억원, 2008년 2억원, 2009년 135억원 등 고작 368억원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 세무조사의 맹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수시로 언론에 세무조사 추징실적을 발표해서 국민들이 이 돈을 실제로 걷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세수 확보의 핵심 과제로 삼고있는 만큼 국세청은 허술한 세수관리를 극복할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징수실적이 저조하다는 표현도 아까울 정도로 미미한 이유는 탈세를 목적으로 한 업체들이 세운 경제적 무능력자 등 '바지사장'들이 경영자로 등재된 '폭탄업체'에 세무조사 행정력이 집중됐고 그나마 모두 폐업, 추징세액 대부분이 체납세금으로 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매년 공개하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상위그룹에는 금지금 업체 대표자들이 랭크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폐업한 법인의 납세의무를 승계 받은 2차 납세의무자들로 사실상 체납액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이들이다.
면세금지금을 악용한 탈세행위는 정부의 지속적인 제도개편(면세금거래시 사전납세담보 제공, 금전용계좌·VAT매입자납부제도)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고전수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 년전부터 고금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를 악용한 탈세행위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고금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가 속칭 '뒷금'으로 알려진 무자료 거래를 양성화해 세수확보에 기여하고 있지만 일부 악덕업자들이 매입자료를 조작(사망자 명의도용)하는 등 음성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환급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세청은 최근 종로구 봉익동에 밀집해 있는 금지금 업체 중 관련 매출액이 큰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당수 조사인력을 투입,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과거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금지금 시장 탈세를 차단한 효과는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된 것도 사실"이라며 "정작 탈루한 세금을 내야할 실사업자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이들이 간판으로 내세운 바지사장들에게 세금이 부과, 사실상 추징세액이 국고로 환수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