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양증권의 부실 CP(기업어음) 판매 사태로 시끄러운 가운데, 과거 SK증권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일부 보상을 받은 금융분쟁 조정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끕니다.
지난 2000년 SK증권은 그룹 계열사이자 오디오테이프 생산업체인 SKM의 부실여부를 사전에 알고서도 CP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더구나 SK증권은 그룹의 친족회사이니 안전하다며 투자를 권유했지만 SKM은 그해 11월 부도처리 되는 등 현재의 동양사태와 유사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당시 분쟁 조정을 신청했던 투자자 A씨는 "SK증권은 내부적으로 SKM의 부도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CP를 판매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증권사가 SKM CP를 판매하면서 고수익금융상품이라고만 선전하고, 고객들에게 그 위험성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는 하소연입니다.
이에 금융분쟁 조정위원회는 SK증권으로 하여금 투자자들에게 피해금액의 일부를 배상하라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무담보 CP 매입에 따른 손실을 고객에게 배상토록 한 최초의 결정입니다.
위원회는 증권사가 위험성이 수반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면서도 상품 매입 시의 위험성 및 무담보배서의 성격을 설명하거나 약관을 교부한 사실이 없는 점, 매입자들에게 SKM이 SK그룹 관계회사라고 설명해 CP 발행인의 주체 및 신용도를 오인케 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SKM이 부도 시에는 그룹차원에서 해결할 것이라며 마치 원금을 보장하는 듯한 매입권유를 한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위원회 측의 설명입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범위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투자경험별로 각기 다른 결정이 났습니다.
CP 투자경험이 없는 개인투자자는 손해금액의 50%를 보상받았지만, CP 투자경험이 있는 개인 및 기관투자자에게는 30%만을 돌려받았습니다.
금융회사 혹은 투자경험이 있는 투자자로서 금융상품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가졌거나, 조금만 주의를 해도 CP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입니다.
또한 위 신청인들의 경우 SKM CP에 투자한 것은 다른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투자한 것으로 사료되며, 이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하기 때문에 증권사에게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묻기는 곤란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입장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동양그룹 CP 투자자의 경우 과거 CP 투자 경험이 없으면 보상을 비교적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CP투자에 대한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보다 많은 자기책임 원칙이 주어진 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