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기초연금 야당의원 대응안' 파문, 국감 '파행'

민주 "이해할 만한 설명 못한 복지부 차관 사퇴해야"

보건복지부의 '기초연금 야당의원 발언 대응안' 논란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가 결국 파행을 맞았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이어나갈 예정이었으나 지난 15일 드러난 복지부의 '기초연금 야당의원 발언 대응안'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야당 의원들이 반발, 정회를 요청해 국감이 열린 후 45분 만에 중단됐다.

야당 측 간사인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문건에 대해 "해당 문건은 정부가 공약 파기를 반성하기는커녕 기초연금 비판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이해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국감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정부의 행태로 볼 때 복지부 단독으로 문건을 만들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며 "이 사태와 관련해 복지부 차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이영찬 복지부 차관을 향해  "누가 여당 의원에게 야당 의원이 발언한 것을 정리해서 주느냐. 이게(문건) 10월 10일(에 작성됐는데), 국감 4일을 남겨둔 상태"라며 "누가 봐도 (국감) 핵심인 기초연금 방어논리를 준 거 아니냐. 정부에서 복지부 이름으로 문건 작성을 해서 여당에게 준 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양 의원은 거듭 "누가 작성했느냐"고 따지자 이 차관은 "해당 과에서 담당 사무관이 작성했고 저는 사전에 보고 받지 못해 몰랐다"고 해명했다.

최동익 의원은 "차관이 복지부 홈피에 다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 홈피에 내 이름이 있느냐, 야당 의원 이름이 있느냐. 왜 이름을 거명해 정리를 하느냐"고 해당 문건이 야당 의원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복지부 지침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 역시 이 차관에게 "야당의원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아니냐. 너무나 절망스럽고 회의가 든다"며 "정책에 대해 국민이 지적하는 것을 (야당이 대신해) 말하는 게 정쟁이냐.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하는 건데 정부가 이렇게 생각하면 여기 앉아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측 간사인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당 정책국에서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을 정확히 알고자 설명을 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으로 문건 내용은 이미 충분히 알려진 것"이라며 "보좌진이 기초연금 관련 현안을 파악하려고 본 문건을 과장된 해석으로 비난하는 것은 과도한 정쟁이며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민현주 의원은 "'야당 대응'이라는 제목이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그것을 두고 국감 파행을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여야가 맞공세를 하기보다 복지 관련 민생을 논의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문건 파문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몽준 의원은 “국감의 기본원리가 삼권분립에 의한 것”이라며 “(때문에) 국회가 정부에 대해 국감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현숙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실명과 발언이 정리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야 공방이 끊이지 않자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진상이 어떻게 되는지 관계자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지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한 치도 앞으로 못 나갔다"며 "이런 상황에서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회를 요청한다"고 말한 후 국감장을 퇴장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 위원장은 "정부에서 야당의원의 실명을 넣어서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는 국감 취지에 적절하지 않다"며 이 차관의 '사과'를 요청했다.

이에 이 차관은 "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실무자 작성으로 자료 수준이나 제목 부분에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있었다는 점은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표현들이 등장하지 않도록 열심히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