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신제윤 위원장이 국회의원들 질의에 답변을 준비중이다. 사진 : 김용진 기자
"동양 사태를 보면 작년 저축은행 사태도 그렇고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 정책당국은 구조적 문제로 미루고 국회는 인재라고 질타하고 대기업 분 중 감옥에 가는 사람도 나올텐데 피해자들은 보호를 못 받고 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던진 말이다. 이 같은 질의에 신 위원장은 "통감하고 있다"고 난처해 했다.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17일 오전 개시된 가운데,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새 정부 들어 첫 실시되는 국정감사 일정과 겹쳐 금융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열린 금융위원회 국감 시작에 앞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이어 이번 동양 사태가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낳았다"며 "정책 및 감독의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오늘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금융정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제도적 보완에 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선서했다.
이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고 이런 사태가 또 나타나지 않도록 금융 상품 발행, 공시,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부분들을 점검해 보완책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정무위 조사한 결과, 이번 동양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금융 당국은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준 민주당 의원은 "동양 사태의 1차적 책임은 금융위에 있다고 본다"고 비판하며 "2008년과 2011년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 종합검사에서 계열사를 지원하려고 어음을 발행한 것이 적발됐는데, 2008년에는 기관주의 및 임원 문책을, 2011년에는 기관경고와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과 동양증권은 CP를 줄일 것을 양해각서(MOU)를 통해 체결했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금융위 소관의 제재 사항인데 3차례나 기회가 있었지만 시급하게 움직이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현재현 동양 회장과 동양증권 사장 및 이사들이 이미 지난해 10월 경영 문제를 인지하고 이번 사태를 예상했으나 고의적으로 CP를 발행했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동양증권 이사회 회의록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당시 이승국 대표이사가 현재현 회장에게 동양관련 금융 상품 고객의 피해가 예상되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신탁업 규정에는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한 CP를 전체의 10% 이상 발행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금융위가 이를 없앴고, 올해 들어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가 1조7000억원이나 판매된 것은 사기 행각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현재 동양 사태 피해자는 5만명, 피해액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 수를 기준으로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두배이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회사채 및 CP 발행 규제와 관련한 금융투자업 규정을 두고 금융위가 유예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바 있는데, 만일 예정대로 3개월 앞서 시행됐다면 약 8000억원의 신규 발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제윤 위원장은 "사기인지 아닌지는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대주주의 도적적 해이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신 위원장은 또 "당시에는 자본시장법이 새로 제정되며 투자자 책임이 강조되는 시기였다. 좋은 물건(금융 상품)인데 자기 계열사라고 왜 팔지 못하나 논란이 많았고 해당 조항이 삭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