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국정감사를 중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모습. (사진=김용진 기자)
이틀 째를 맞는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증세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되면서 정책감사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증인채택 문제로 파행을 면치 못했다.
국회 기재위는 17일 오전 10시부터 기재부 국감을 진행, 조세정책과 관련한 감사를 차분하게 진행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입기관 간의 정보공유 문제를 거론하며 "부처 간 정보가 공유가 되지 않아 5500억원의 세수손실이 났다고 한다"며 "현장에서는 실제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종범 의원은 "정보공유에 대한 법적인 장치가 미비하다"며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과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5개 예외조항이 있다.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세청과 관세청이) 정보공유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구체화하는 규정을 넣겠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법 개정 이후에는 정보공유 범위가 확대돼 조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5만원권의 환수율이 낮은 것을 지적하면서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목표가 지하경제 양성화였는데 정책의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실언을 했었는데 그게 사실은 예언한 것이 아니였냐"고 풍자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신용거래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일률적으로 어느 하나의 요소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5만원권이 발행된지 오래되지 않아 추세적인 변화인지, 정책변화의 영향인지 분석하겠다"고 해명했다.
◆…답변하고 있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김용진 기자)
野-政, 증세 '평행선'…與-野, 부자감세로 '감정격화'
전날 국감에서 증세를 요구했던 야당은 이날 국감에서도 다시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부가 증세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기초연금을 비롯한 복지지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예산문제는 세금문제가 된다"며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율을 인상하든 세목을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 부총리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증세 불가 입장을 밝히며 "노령사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선에서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증세에 관해 논의해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며 "정부가 지금 그런 노력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은 "세율인상을 직접적으로 하는 증세를 할 경우에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라고 증세에 반대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은 "부자감세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이 그러냐"라며 "정부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라는 것을 분석해 자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부총리는 "증세는 역으로 얘기하면 경기 회복세에 악영향을 끼쳐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누진세율 체계인 법인세를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이 의원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발끈,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오늘은 국감을 하는 자리인데 당정협의에서 얘기해도 부적절한 얘기를 공개된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이한구 의원이 "떠든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삼으며 "어떻게 동료의원이 말하는 것을 떠든다고 하느냐"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는 여야 간사.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좌)와 민주당 김현미 의원(우). (사진=김용진 기자)
아슬아슬하던 기재위, 결국 '감사중지' 선언
이날 오전 감사를 마치기 전, 부자감세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격한 발언으로 아슬아슬했던 기재위는 결국 오후에 증인 문제를 둘러싸고 결국 파행되고 말았다.
기재위 소속 여야 간사는 부자감세를 둘러싼 언쟁을 일단락 짓고 우기종 전 통계청장을 증인으로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등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키는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길부 기재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예상 외의 상황을 맞게 됐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여당 간사한테 죄송하지만 간사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몰랐다"며 "갑자기 오후 회의를 하기 전에 안건이 올라오다니, 금시초문이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여야 간에 합의해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인쇄해서 배포했는데 왜 통과를 안 시키냐"라며 "이런 법이 어디있냐.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 안건을 합의해서 인쇄해 배포까지 했는데 이제와서 안 된다고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맞섰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계속되면서 상황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강 기재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언하고 오후 감사는 무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