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 22일 경기도 수원 중부국세청사에서 진행된 서울·중부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책질의 위주로 진행됐다. 특히 기획재정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세행정 상 노정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는 조언을 두 지방국세청장(임환수, 이종호)에게 촉구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22일 경기도 수원 중부지방국세청사에서 열린 서울·중부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감사' 위주로 진행됐다. 쓸데없는 고성이 난무하거나 크고 작은 이견으로 여야가 의견대립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임환수 서울국세청장과 이종호 중부국세청장의 답변도 상당히 매끄럽게 이루어졌다는 평가. 다만 김덕중 국세청장이 중부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지난해, 과도한 '의전(儀典)'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는데, 올해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 옥의 티.
이날 서울과 중부국세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세행정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국세행정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세무조사 부담 줄이는 '묘안(妙案)' 짜내 달라"
여야 의원들은 서울·경기 지역이라는 광대한 관할지역 세무조사 행정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과 중부국세청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세무조사 행정을 운영해 달라는 의견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본청과 서울국세청, 중부국세청이 모두 국정감사 업무보고를 통해 중소기업 세무조사 배려를 약속했지만 실제로 서울국세청과 중부국세청 세무조사의 절반 가량이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들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국세청의 경우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 조사건수는 지난 2010년 37%에서 지난해 47%로 늘었다. 김 의원은 "약속 여부를 떠나 중소기업에 세무조사를 집중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임환수 서울국세청장은 "100억 미만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의 실제 내용은 음식·숙박업 등 현금 수입업소와 사채업자 또는 역외탈세 혐의자 등이었기 때문에 그런 통계가 잡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도 "지난 2009년 이후 4년 동안 법인사업자 보다 개인사업자에 세무조사가 집중된 측면 있다. 실제 개인사업자 세무조사 비율은 2009년 0.09%에서 2012년 0.12%까지 늘었다"며 "대다수 개인사업자들은 세무조사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세무조사를 강화하기 보다는 세원발굴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서울·중부국세청의 저조한 불법대부업자 세무조사 실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뒤 "앞으로 불법고리 수취, 세금을 탈루한 대부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경찰, 검찰 등 관계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원도 불편하게 만든 과도한 '의전' =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22일 서울·중부국세청 국정감사에 출석, 중부국세청의 과도한 의전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 사진이 청사 도처에 붙어있는데 배려는 고맙지만 불편할 정도로 지나친 것 같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이 무슨 소용 있나"며 "식당, 화장실에 사람들을 많이 세워놓은 것도 문제다. 민원인들에게도 이렇게 친절한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중부국세청은 감사위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바탕화면, 엘리베이터 스크린에 각 의원들의 의정활동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하루종일 상영했다.
"국세행정·조직운영, 이렇게 해야 된다"
서울과 중부국세청이 집행하는 국세행정 및 조직운영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성 제시도 쏟아졌다. 특히 '부실과세'를 줄여 조세소송으로 추후 세금을 환급해주는 경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현금거래가 주로 이루어지는 대형 골프연습장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도 요구됐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전국 9500개 골프연습장 중 서울국세청 관할 2157개, 중부국세청 관할 3180개 등이 분포해 있다. 골프연습장의 경우 현금거래가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과학적으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에 대한 세원관리를 엄중히 해달라"고 조언했다. 이에 임환수 서울국세청장과 이종호 중부국세청장은 "세원관리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세전적부심과 국세심사위원회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촉구됐다.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은 "과세전적부심을 청구하면 국세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위원회 결정을 국세청에서 재심의 요구해 또 위원회가 열리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재상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를 떠나 문제가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같은 당 류성걸 의원은 최근 국세청이 실시하고 있는 고액 전월세입자 자금출처 조사와 관련해 "십 수억원의 전세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것은 잘한 일이며 계속해 달라"고 전제한 뒤 "16개 시중은행 예금계좌 중 미성년자 증여로 증여세 부과대상이 상당하다고 본다. 이런 부분도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사운영과 관련한 지적도 쏟아졌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CJ 세무조사 무마로비 사건에 연루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국장급 재직시절 자체적인 감찰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며 "고위직들의 비리가 가장 문제다. 고위직 감찰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서울국세청장은 "일부 고위직의 부패가 국세청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데 국세청 간부들이 모두 의견을 합치했다"며 "고위직들이 솔선수범해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류성걸 의원은 "개방형세정지원단이 좋은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허드렛 일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세청 업무가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부분이 많지만 보안서약을 하던가 해서 이들이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인원들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본·지방청 근무자보다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국세공무원들이 훨씬 많은데, 각종 표창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능력과 성실성 있는 분들이 이런 부분에 불이익을 받지 않고 제대로 올라가는(승진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수요일) 하루를 쉰 뒤 오는 24일과 25일 감사반을 두개조로 분리, 각각 대전.광주국세청(24일), 부산국세청(25일)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