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올해 4000억원대 세금폭탄에 '휘청'

국민·신한·SC·농협, 줄줄이 수백수천억 세금 추징

은행권이 올해 4000억원대 세금폭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좋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속사정도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초중반 진행된 신한·국민·SC·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최근에 마무리 되며 총 4000억원대의 세금이 추징될 예정이다. 

우선 국민은행은 지난 2월 22일 세무조사를 진행해 1254억원의 세금을 추징 당했으며, 신한은행도 지난 6월 27일 진행된 세무조사가 지난 4일 끝나며 2000억원의 세금 추징이 이뤄질 계획이다.  

은행권 중 가장 먼저 지난 2월 22일 세무조사가 진행됐던 외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최근 500억원의 세금이 추징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5월 27일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던 농협중앙회 역시 850억원이라는 세금이 추징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올해 가뜩이나 저금리와 저성장의 여파로 실적 부진에 헤메고 있는 은행권은 4000억원대에 이르는 세금폭탄에 다시 한번 휘청거릴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이 488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2470억원에 비해 83.5%에 급락했으며, 상반기 실적을 놓고 봐도 34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에 비해 65.7%(6596억원) 하락하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실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세금 추징은 국민은행 측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은행권 중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던 신한은행도 2000억원대의 세금을 두들겨 맞고 시름이 깊어진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69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 추징을 통해 순이익의 3분의 1이 날아가게 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모두 국세청의 세금추징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순이익의 3분의 1이 세금으로 날아가게 된 상황에서 불복 소송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신한은행의 경우 세금 추징의 상당부분이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브랜드 사용료 부당 지급 건으로 이 부분은 논란이 상당해 업계의 관심 사항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2분기에 나란히 399억원과 1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경우도 850억원에 달하는 세금폭탄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농협에 대한 세무조사는 과거 농협중앙회 시절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당시 신용부분은 현재의 농협은행이, 공제부분은 농협보험이 떠안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세금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세금 추징액 중 20%가 중앙회 몫이고 나머지 80%가 농협금융의 몫으로 보고 이중 40% 정도가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STX사태 등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으로 상당부분 순이익 저하의 어려움을 겪었던 농협금융과 은행의 입장에서 상당한 실적 압박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외국계 은행인 SC은행도 세금이 원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올 상반기 14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지난 2010년 4999억원, 2011년 3754억원, 2012년 2466억원 등 영업이익의 내림세가 확연한 상황에서 5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은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3분기에는 주요 금융지주가 실적 대반전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이 2분기(1조987억원)보다 47.2%(5196억원) 늘어난 1조613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실적 부진을 하루라도 빨리 떨치고 일어나야 하는 은행권에서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세금폭탄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이미 세무조사를 받은 은행들 뿐 아니라 내년에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은행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통상 4~5년 주기로 진행되는 세무조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지난 2010년에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은행,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이 줄줄이 내년 국세청 세무조사의 타깃 안에 들어와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2009년 세무조사를 받은 신한은행과 농협 등이 세무조사를 받은 만큼 2010년도에 세무조사를 받은 은행들이 내년 세무조사의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는 내년 실적 회복을 목표로 한 은행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