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리 업계가 남몰래 '울상'을 짓고 있다. 안과 밖으로 크고 작은 난제들이 중첩, 가뜩이나 경기침체 여파에 휩쓸린 업계의 고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다.
일차적으로 부족한 세수상황에 불똥을 맞았다.
그동안 쏠쏠한 수입원처럼 여겨져 왔던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한도 : 개인세무사 연 400만원, 세무법인 연 1000만원)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아울러 개인세무사 연 200만원, 세무법인 연 300만원 한도의 지급조서전자제출세액공제 제도 또한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두 제도의 정책목적이 소진된 만큼 폐지하겠다는 뜻을 정리,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업계의 시각은 액수를 떠나 세수확보(연간 세수 약 750억원)를 위한 방편으로 제도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에 고정되어 있다.
세무사회는 급한 대로 지난 8월 두 제도 폐지를 재검토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기재부 세제실에 제출했다.
세무사들이 적극적으로 전자신고 확대정책에 참여해 98%라는 높은 전자신고율을 이끌어낸 것인데 이에 대한 유인책을 폐지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방향이라는 것이 건의서의 골자.
하지만 기재부는 기존 입장에서 꿈쩍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세무사회 건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정기국회 논의과정에서 세무사회 입장을 적극 대변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점에서 세무사회는 이들의 '입'과 '설득력'에 운명을 맡겨놓은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거래처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미수금이 쌓이는 등 벌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두 제도가 폐지될 경우 더욱 수입상황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세수부족 불똥은 단순히 세무사들의 '돈벌이'에만 문제를 만든 것은 아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거리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뚜레쥬르 부가가치세 문제와 유흥업소 개별소비세 과세 등과 같은 일부 업종 등에 대한 국세청의 소명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증가규모는 불분명하지만 세무사들은 확실히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한 세무사는 이와 관련해 "올해 국세청으로부터 소명자료 요청 건수가 급증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소명자료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은 둘째치고, 거래처와 신뢰관계가 깨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세무사는 "감사원이나 국세청 입장에서 잘못된 세금신고라고 보여 지면 소명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예년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세수부족의 여파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예년에 비해 세무대리인들의 잘못된 신고가 급증했을 리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세청이 보이고 있는 심상치 않은 행보에 업계의 불안감과 불만은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지난해에 이어 세무대리 시장 매출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는 대형 세무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세무법인에 대한 조사착수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변 상황을 고려할 때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무법인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주 거래처인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문제와 연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며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부족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입장이 그대로 묻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