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분야 부가세 감면정비 움직임에 제동 걸어
은행권 실무 담당자 부가세 TF 구성 등 물밑 준비 한창
금융·보험서비스에 대한 부가세가 도입되더라도 세수 확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산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통해 금융·보험서비스 등에 부여했던 면세혜택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한국금융연구원은 명동에 위치한 은행회관에서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의 타당성 연구'를 주제로 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종상 금융연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 흐름을 보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과세가 타당하다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면서도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세수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금융 및 보험업은 부가세 도입이 있던 1977년부터 줄곧 면세 혜택을 누렸다.
부가세 부과로 이자율 상승 및 물가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금융 비중이 높아 매입세액 공제로 세수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박 연구위원은 "금융업 중에서도 은행의 여신, 수신, 환 등 고유업무에 대한 부가세 과세 방법이 난해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며 "B2C(은행과 개인고객 간 거래) 거래세의 경우 환후효과와 누적효과로 인해 과대과세로 인한 최종소비재의 가격 왜곡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이 금융서비스의 부가세 면세제도의 보완방안으로 제시한 것은 수수료 기반의 부수업무에 국한된 과세, B2C(은행과 개인고객 간 거래) 거래에 대한 영세율 제도 도입, 현금흐름 과세 방식(모든 현금수입을 매출로 간주하고 현금지출을 매입으로 간주해 직접세 형태의 부가세 적용)이다.
하지만 B2B 거래에 영세율을 도입할 경우 과소과세 문제가 여전하고 세수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현금흐름 과세는 아직 검증이 덜 되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 당장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
이에 그는 "지금 당장 금융서비스에 부가세를 도입키 위해서는 수수료 기반의 부수업무에 국한된 과세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세수효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박 연구위원은 "B2C 수수료 거래의 부가가치는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세수는 최대 1500억원이 가능하다"며 "반면 B2B는 중간 생산단계에 해당하므로 부가세가 부과될 경우 누적·환수효과가 제거돼 세수는 1600억원이 감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 수수료 거래의 약 70%가 B2B 거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원하는 세수 확대는 커녕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수수료 수취와 같은 부수업무부터 과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장기적으로는 현금흐름 방식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사들이 부가세 대신 연간 수익의 0.5%씩 내고 있는 교육세 축소 효과를 감안하면 세수 확대 효과는 더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연의 이번 발표는 사실상 조세연구원이 중장기 조세정책에 금융·보험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도입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사실상 금융서비스의 대표격인 은행업에 대한 부가세 부과가 세수 확대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제공했기 때문.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실무 담당자들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세 부과에 따른 문제들을 점검하기 위해 공동 TF를 꾸리는 등 물밑 준비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세무회계 담당자를 중심으로 TF를 꾸려 2주 정도 부가세 문제를 논의했다"며 "정부에서 세원 확보를 위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세를 추진할 경우 고객서비스 측면에서 리스크와 고객불만이나 서비스 질 저하 등을 살펴본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