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광대 전성시대'
'낭만광대 전성시대'
시인이자 언론인인 오광수(52) 경향신문 문화사업국장이 1960~80년대의 대중문화를 뒤돌아보는 추억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를 펴냈다. 30년간 방송·가요·공연 담당 기자로서 소위 '딴따라'들을 취재했던 지은이는 디지털 시대 한 가운데를 사는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옛 시절을 조명했다.
지은이가 바라본 '광대들'은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고 낭만을 사랑했다. 당장 쌀독에 쌀이 떨어져도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친구를 만나면 술잔을 기울였다. 이 책은 당시 언론이 명명한 '청년 문화의 시대'를 주름 잡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총 4부로 크게 나뉜 책은 '가왕' 조용필을 시작으로 서영춘, 이주일, 신중현, 윤복희, 정윤희 등의 삶을 되짚었다. '조용필과 아날로그 시대의 대중문화 사수기'라는 부제처럼 조용필이 시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는 비결을 파헤쳤으며 극적으로 변화된 이주일의 삶 등 흑백TV 시대의 코미디언들을 재조명했다. 당시 청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지식인들에게 옐로 페이퍼로 낙인 찍혔던 잡지 '선데이 서울', '주간 경향', 읽을 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아이부터 어른까지 탐독했던 만화 이야기는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한국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 사단을 비롯, 금지곡으로 정권에 짓밟힌 가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나이 지긋한 독자들은 대마초 사건으로 인해 대대적으로 숙청된 연예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통해 과거 청년 시절의 애환을 떠올리게 된다.
오빠부대 라이벌의 원조 남진과 나훈아는 '팬덤'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 독자들에게 신선한 과거를 일깨워준다. 또 '진짜 진짜 시리즈'와 '얄개 시리즈'로 대표됐던 하이틴 영화의 전성기 시절과 70년대를 뒤흔들었던 대형 스캔들,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여배우들의 이야기들도 함께 전한다.
지은이는 "되도록이면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하려 했고, 정치권력이 한 인간과 한 시대를 어떻게 난도질했는지를 보여주고, 대중문화가 우리네 삶의 당의정이나 조미료 역할을 넘어서 시대정신을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낭만광대 전성시대'를 재조명하며 현 시대에서 획일적으로 변질돼 가는 대중문화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312쪽, 1만4000원, 세상의아침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