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명절에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얘깁니다. 이른 바 '추석민심'을 논하는 자리. "국세청 사건 크게 터졌던데… 별일 없나?" "국세청 정말 문제 많더군." 일가친척들이 모인 좋은 자리에서 눈치 없는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자 그 자리에 있던 국세공무원의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국세청 조직이 크다보니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고 애써 위안하면서도 속으론 억장이 무너지고 부끄럽습니다.
국세청 조직이 크다보니 별의별 일이 다 있습니다. 국세청 소속 공무원 2만여명 중 1%인 200명이 사고를 치고 이 중 20건만 세상에 알려져도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힙니다.
탈세 발본색원, 국가재정 조달이라는 본연의 일은 하지 않고 뇌물비리로 자기 뱃속만 채우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보이니 욕먹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세공무원들은 이런 비리사건과 관계없이 묵묵히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21세기를 열심히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한 집안의 가장이며 남편이자 아내이고 또는 누군가의 아들딸들입니다. 나의 친구, 선배, 후배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이웃사촌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 줄 때 헌신합니다. 대부분의 국세공무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 조달의 막중한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인정하고 그들 마음에 있는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면 국세청은 더 건강해 질 것입니다.
<국민 납세지원기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세무서> <자본주의의 파수꾼> <나라 곳간 지킴이> <경제검찰> <탈세 무한추적팀>의 이미지와 더불어 <사람냄새 나는 세무서>의 모습을 <조세일보>가 연중 기획취재로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국내 세무서중 최대 세수를 자랑하는 남대문세무서는 우리나라 세무행정의 발원지에 자리하고 있다. 남대문 세무서가 위치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중구 저동1가 1번지(옛 주소)는 일제 강점기였던 지난 1927년 5월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세무서인 경성세무서가 있었던 자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정사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역사적 장소에서 근무하는 남대문세무서 직원들은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 세정업무에 임하고 있다.
남대문세무서에는 더 이상 경성세무서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세무서의 옛 건물은 이미 오래전에 도심 재개발로 사라졌고 이제는 15층짜리 초현대식 건물인 '나라키움 빌딩'이 들어서 더 이상 과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세정사의 애환이 서린 옛 청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 전국 최고 세수… 나라키움 청사 '이름값'
◆…남대문세무서가 입주한 나라키움 빌딩 전경.
옛 청사 자리에 현대식 건물로 재 탄생했다.
'나라키움 빌딩'은 정부가 남대문세무서 일대 부지에 첫 국유지 시범개발사업으로 개발한 빌딩이다. 이에 따라 청사이름도 '향후 국유지개발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 나라키움 저동빌딩으로 명명하는 한편 상표등록까지 했다고 건물 표지석은 설명하고 있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을지로 초입에 위치한 남대문세무서는 주소가 행정편의를 위해 주소지 표기방식이 지명에서 도로명으로 변경되면서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40'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뜻 깊은 빌딩에 자리하고 있는 남대문세무서는 전국 세무서가운데 세수 1,2위의 저력을 보이며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다'는 건물 이름에 걸맞게 막강한 세무행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남대문세무서는 '나라키움 빌딩' 2층에서 5층까지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남대문세무서는 지난 1959년 2월 중부세무서 및 용산세무서에서 분리, 신설돼 남대문로 5가 청사에서 업무를 개시했다. 그 뒤 1983년 4월 남학동 청사로 이전하였다가 같은 해 9월 다시 태평로1가에 청사를 마련해 사무실을 옮겼다.
1994년 8월에 관할구역 조정으로 소공세무서를 흡수·통합했고 1999년 9월에는 을지로 및 서대문세무서 일부(중구 관할)를 통합하고, 중구 저동1가 1번지 현 청사 자리로 이전했다.
◆…남대문세무서 건물 표지석
이후 폭증하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청사를 새로 짓기로 하고 2005년 11월 인근 동양생명 빌딩에 임시청사를 마련하여 업무를 봤다.
마침내 2008년 7월 지하4층 지상 15층 연면적 2만6978㎡ 규모의 신청사, '나라키움 빌딩'이 완공됨에 따라 됨에 따라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나라키움'으로 이름붙여진 남대문세무서는 2층에서 5층까지 4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 부가가치세·법인세, 전체 세수 91% 차지
남대문세무서는 남대문로 및 을지로 등 서울특별시 중구 일부를 관할하고 있으며 이 곳에는 대형 재래시장, 대기업, 대형 금융기관 등이 몰려있다.
구체적으로는 소공동, 남창동(남대문시장), 북창동, 회현동1~3가, 봉래동1,2가, 남대문로1,3,4,5가, 태평로1,2가, 저동1,2가, 을지로1~5가, 삼각동, 수하동, 장교동, 산림동, 다동, 무교동, 수표동, 주교동, 정동, 서소문동, 의주로1,2가, 만리동1,2가, 순화동, 중림동, 입정동, 충정로1가 등이다.
◆…남대문세무서 관할구역 지도
남대문세무서 관할의 전체 납세자수는 지난 6월말 기준 4만3952명으로 부가가치세가 3만3398명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고 법인세 6577명(15%), 종합소득세 3817명(8.7%), 양도소득세 160명(0.3%)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남대문세무서는 집단 상업시설이 밀집돼 있는 경제심장부를 관할구역으로 하고 있는 한편 주택이 거의 없는 도심 상업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소득세 및 재산세 분야의 납세자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특이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남대문세무서에는 다른 세무서와는 달리 과(課) 단위의 독립부서로 운영되는 소득세과, 재산세과 대신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합친 부가소득세과, 재산세와 법인세를 합친 재산법인세과 밑에 1개 계(係) 단위에서 세무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개인소득세와 관련된 업무가 비교적 단출하다.
남대문세무서 관할구역에는 국내 최대 쇼핑명소인 남대문시장과 최대 건어물 시장인 중부시장 및 인테리어 상가가 널려있는 방산시장 등 대형 시장과 대기업 본사, 대형 금융기관이 대거 밀집해 있다. 법인 가운데는 금융보험, 도소매, 부동산임대, 서비스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무려 6천600여개에 이르는 법인가운데는 삼성생명보험, 한화, 대림코퍼레이션, 교원구몬, 메르세데스벤츠, 대우인터내셔널, 롯데호텔, 금호석유화학, GS건설, 아모레퍼시픽, 삼성에버랜드, 한국관광공사, 에스원, 대우조선해양, 엘지C&S, 동국제강, 엘지유플러스, 영원무역, 에스케이텔레콤, 한화케미칼, 롯데쇼핑, 여천NCC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또 한국은행, 한국외환은행, 롯데카드, 우리금융지주, 제이피모간증권, 미래에셋증권, 중소기업은행, 신한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삼성증권, 한국씨티금융지주, 삼성카드, 동양증권, 아이엔지생명보험, 라이나생명보험, 하나금융지주, 홍콩상하이은행서울지점 등 주요 금융, 증권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밖에 남대문세무서 관할구역 안에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 지방세무서의 전체 세수를 웃도는 대법인 '수두룩'
남대문세무서의 세수실적을 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이자소득세 등이 포함된 원천세가 3조8282억원, 법인세 7조9103억원, 부가가치세 687억원, 기타 8771억원 등 도합 12조6843억 원이다. 이처럼 남대문세무서는 상업지역이라는 특성상 원천세와 법인세가 92.6%를 차지하고 있다. 대법인이 많은 덕분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전국 1위의 세수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총 12조6000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여 서울지방국세청 전체 세수 65조4000억원 중 무려 19.3%의 비중을 차지하며 전국 111개 세무서 가운데 세수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조용을 서장은 "금융기관 및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상업중심지가 관할구역이라는 세원특성으로 인해 법인사업자 중심의 자발적 세수가 많은 편이다"며 "남대문시장 등 도심 집단상가가 많고 주택이 적은 까닭에 소득세 분야의 납세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의 경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예년에 비해 세수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세무서 들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 남대문세무서 관할의 대법인 한 곳에서 내는 세금이 지방의 소규모 세무서의 전체 세수를 넘는 회사가 수두룩하다.
조 서장은 "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법인세는 지난 5월 기준으로 전체 10조원 중 2조원 정도가 줄었다"면서도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내년에는 법인세수가 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소수 정예' 직원들로만 구성된 조직
남대문세무서는 서울지방국세청 소속 세무서 중 현재 인원이 가장 적은 편에 속해 소수정예의 직원으로 구성돼있다. 시내 중심의 상업지역으로서 소득·재산세과가 없고 부가소득세과와 재산법인세과 내의 1개 계로 운영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하고 쾌적한 환경의 남산 및 청계천이 주변에 있어 국세청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세무서임을 자랑한다.
남대문세무서 조직은 서장을 정점으로 운영지원과, 부가소득세과, 재산법인세과, 조사과, 납세자보호담당실 등 모두 4과(課), 1담당관실로 구성되며 그 아래에 9계(係), 9팀, 2실(室)로 업무를 분장하고 있다.
◆…남대문세무서 조직 현황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운영지원과에 업무지원팀과 징세계가 있으며 부가소득세과에는 부가1~3계 및 소득세계 등 4개 계가 있다. 재산법인세과에는 재산세계와 법인1~3계 등 4개 계를 두고 있고 조사과 산하에는 조사관리팀과 조사1~6팀·세원정보팀 등 8개 팀이 포진해 있다. 또 납세자보호담당관실 하부로 납세자보호실과 민원봉사실 등 2개 실을 배치했다.
남대문세무서의 직원 수는 현재 모두 118명으로 서울 시내 다른 세무서들과 비교할 때 큰 조직은 아니다. 이에 비해 서울의 중심지답게 실력 있는 인재들의 지원율이 높아 역량이 풍부한 실무직인 6~9급 직원들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 이는 근무경력이 5년 이하인 직원이 겨우 15명(12.7%)에 불과한 점으로 미뤄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들의 공무원 진출이 점차 늘어나면서 남대문세무서에도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45.7% 54명의 여성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외국 국세청이 배우러 오는 'e민원실'
◆…민원인들은 e민원실에서 자신이 원하는 민원을 보다 정확하게 직원에게 요구할 수 있다.
남대문세무서는 해외 고위 세정업무 인사들의 잇따른 방문으로 우리나라 선진세정제도가 크게 홍보 되는가 하면 남대문세무서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남대문세무는 해외인사들로부터 끊임없이 칭찬을 듣고 있는 'e민원'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부터 일본과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중국, 말레이시아, DR콩고 등의 국세청장 및 관계자들이 'e민원실'을 시찰하고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남대문세무서를 잇따라 방문했다. e민원 시스템을 관찰한 해외 고위 세정 인사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선진 세무행정을 높이 평가하고 찬사를 보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민원실 직원은 전했다. 민원인들은 e민원실에서 자신이 원하는 민원을 보다 정확하게 직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민원실'은 납세자가 민원봉사실을 방문해 민원 신청내용을 'e민원 시스템'을 통해 선택한 후 세무서 직원에게 보다 정확한 민원을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민원인은 종이서류에 내용을 적지 않고 민원봉사실 내에 비치된 민원인 전용 PC의 LCD화면에서 필요한 민원 신청 내용을 터치하면 직원들에게 내용이 전송돼 보다 쉽고 빠르게 담당직원과 상담을 할 수 있다.
조용을 서장은 "종이 없는(paperless) 민원실을 구축해 놓은 것이 e민원실"이라며 "260여 종의 국세관련 민원 중 납세자들의 사용이 가장 빈번하고 업무량이 많은 사업자등록 신청, 휴폐업 신고, 재개업 신고 등 30여종의 민원신청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조 서장은 "민원에 필요한 증명서 등을 모르고 세무서를 방문하는 일부 납세자들에게 이 시스템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e민원실을 통해 민원 내용을 선택하면 직원들은 납세자가 원하는 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납세자를 돕기 편하고 납세자 역시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