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한 의류의 어느 한군데라도 다른 나라의 국가명을 나타내는 라벨이 붙었다면 원산지를 허위표기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재판장 이태종 부장판사)는 의류수입업체인 A사 등 12개 업체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이유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31일 밝혀졌다.
A사 등은 중국, 베트남, 미얀마에서 등산복 등의 아웃도어 의류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판매했다.
인천세관은 이들 회사의 사무실에서 등산복 재킷을 조사한 결과 의류의 사이즈 등을 표시한 목덜미 부분의 라벨에 브랜드 표시와 더불어 원산지와 다른 국가명 'ITALY'가 병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원산지를 오인하는 표시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A사 등은 "목덜미 부분에 표시된 국가명의 글자 크기가 작아 현저하게 표시돼 있다고 볼 수 없고, 최종구매자인 국내 일반소비자 역시 원산지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원산지 오인 가능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들 회사는 또 "세탁법 주의사항 등을 기재한 다른 라벨에는 ‘MADE IN VIETNAM’, ‘MADE IN CHINA’ 등 원산지 표시를 정확하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목덜미 라벨의 국가명 표시가 원산지를 오인할 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등법원 재판부는 "등산복 재킷에 적어도 전면 가슴 부분이나 목 부분 라벨 중 한 곳에 국가명이 들어가 있는 상표가 표시돼 있고, 이 상표에 표시된 'ITALY'라는 표시는 원산지 오인 우려가 있는 표시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들 회사가 유사한 사례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사례로 든 'M 제과점'과 'L 티셔츠'의 경우는 "그 문양 및 대상 상품, 표시 내용 및 의미, 인지도 등이 서로 다르므로 그것이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2013누10627)에서 "A사 등 회사들의 수입 의류에 원산지와 다른 국가명이 들어가 있고, 그것이 전면 가슴 부분 또는 목 부분 라벨에 표시돼 있는지, 아니면 두 곳 모두에 표시돼 있는지에 따라 원산지 오인 표시인지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한 군데만 표시가 돼 있더라도 원산지를 오인하게 하는 표시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결론을 같이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해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