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4대 산하기관 청장들이 출석했다. (왼쪽부터) 박형수 통계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 현 장관, 추경호 1차관, 김덕중 국세청장, 민형종 조달청장. (사진=김용진 기자)
31일 진행 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증세 내용을 담은 국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동양그룹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 대한 폭풍질타가 쏟아지면서 야당과 정부의 설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부가가치세율 인상과 법인세율 단일화, 주세와 담배세 인상 내용을 담은 '중장기 재정계획 보고서'와 관련,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증세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비과세·감면 축소나 지하경제 양성화로는 현 정부의 공약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보고서를 보면 법인세를 1단계로 단일화하고, 개별소비세는 주류 담배세 인상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은 부가세 인상을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은 "보고서에는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나 소득세액공제 전환, 부가세 면세범위를 줄이는 것도 반영됐다"며 "이것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조세정책의 기본틀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보고서에는 부가세율 인상을 우선적으로 하고 주세와 담배세도 올려야 한다고 돼 있다"며 "법인세율을 단일화해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보고서에 되어 있다. 현 부총리의 발언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 역시 보고서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한 것과 관련해 "국가기관이 재벌 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해서 기재부, 조세연구원 이름으로 문서를 발간하는 것이 타당하냐"며 "재벌이 원하는 것이 법인세율 단일화인데 현 부총리가 재벌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따졌다.
현 부총리는 "재벌에 의해 법인세율 단일화를 주장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보고서는 보고서일 뿐이다.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은 하나의 연구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국정과제에 나와 있는 대로 비과세 감면과 지하경제로 양성화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오석 부총리. (사진=김용진 기자)
'증세' 선 긋는 현오석, '말바꾸기' 논란
그동안 증세에 대해선 명확한 선을 그은 채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원을 확보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던 현 부총리가 증세와 관련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현 부총리가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것으로 부족하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증세를 검토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은 "지난번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법인세 인상에 대해 얘기했을 때 세율 인상은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증세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냐"라며 "현 부총리가 말을 조금씩 바꾸고 있어 국민들에게 신뢰를 못 주고 있다"고 따졌다.
현 부총리는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려고 노력을 하고 그게 안되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증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현 부총리에게 법인세율 체계 세분화와 세율 인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범정부적인 기구를 만들어 증세를 포함한 세제와 관련된 논의를 하는 등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더 많이 벌면 더 많이 내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 부총리는 "우리가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차별하는 정책을 하는 것은 경제활동을 위축시켜서 양극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재정건전성 달성방안은 기본적으로 세원을 확대해서 접근하는 것이다. 증세보다는 그것이 더 바람직하고 일관성 있는 방향"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답변하고 있는 김덕중 국세청장. (사진=김용진 기자)
동양 세무조사 무마 의혹…국세청 해명 '진땀'
국세청이 지난 2009년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진행할 당시 7000억원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했음에도 외압에 의해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진땀을 빼야 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납세자이기도 한 동양그룹 CP(회사채)에 투자한 5만명이 피해를 봤다. 국세청이 원인을 제공한 범죄적인 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며 "중간종결보고서에는 7000억원 비자금 조성의 혐의를 두더니 마지막에는 뒤를 흐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놓고 엄격하게 조치했으니 믿어달라고 하는데 국세청의 내력을 봐라. 믿을 수 있겠냐. 바로 얼마 전에도 전 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이 구속된 조직"이라고 발언하며 관련자료의 비공개 열람을 요구했다.
박 의원이 오전 질의를 마친 뒤, 지난 2009년 이 사건과 관련해 진정서를 제출한 내부직원을 국세청이 색출하고 있다는 소문과 관련해 국세청에 엄중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CJ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세 차례나 고발요구를 했는데도 이를 덮은 분이 당시 송광조 국장(전 서울국세청장)"이라며 동양그룹 세무조사 당시 본청 조사국장이던 송 전 서울국세청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에 검찰 고발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전 서울국세청장은 최근 CJ 세무조사와 관련,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사임했다.
김 의원은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이었던 김연근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을 증인대로 불러 세운 뒤 "동양그룹의 혐의점과 관련해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했는데 왜 열지 않았냐. 외압이 있었냐"라고 따졌고 김 관리관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혐의점을 분석한 내용과 실제 조사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며 "혐의내용이 크고 추징세액이 많다고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여는 것이 아니고 기준에 의해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2009년도에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와 생각을 달리하는 직원이 국민권익위 등 여러 기관에 제보해서 상당부분 처리가 된 사안이라는 점도 참고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