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정권의 눈치를 안보도록 국세청장의 임기제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개혁을 바라는 이들이 내는 한 목소리다.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국세청법' 제정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현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청장 임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대안이 국세청 개혁의 중요과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4대 권력기관에 속하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과 달리 국세청만이 독립적 법 없이 운영돼 독립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세행정의 투명성도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줄기차게 지적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세청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8월 민주당 정성호 국회의원이 대표발의 한 '국세청법 제정안'을 조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국세공무원을 특정직으로 볼 수 없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국세공무원을 특정직화 하자는 것은 조직인사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세청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지만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12월 국회 처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 의원과 3명의 전문가들(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남 강남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 이상 가나다 順)과 함께 국세청법 도입, 국세청장 임기제 등 그동안 논의됐지만 실현되지 않은 국세청 개혁을 위한 몇 가지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눠봤다.
국세청이 권력기관으로서 해당 정권을 돕기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이 정권이 바뀌는 경우 정권이 바뀌기 전 당시 국세청 고위간부와 관련 정치권 인사에게 잘못된 세무조사 등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세청에 대한 지원과 견제가 현 정부의 이해득실을 떠나 그 기준을 국세청법을 통해 세울 수 있다. 어느 정권에서도 법에 위반된 과세행정이 되는 것을 강요하기 어렵게 되고 국세청 내부에서도 그러한 요구에 따르는 것에 대한 책임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국세청법은 필요하다. 국세청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이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 고위직 인사위원회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세무위원회든 뭐든 정치적 중립을 위한 법안이 꼭 필요한 상태이다. 그간 국세청장이 자꾸 부정부패를 해왔는데 그 원인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겠지만 정치권의 압력과 결탁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구조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세청을 정치권으로부터 떼어내야 된다.
조세기관은 권력기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즉 국세청에 대한 감독 및 세무조사관련 기구를 외부에 설치하고, 국세청장의 임명과정에 추천과정을 별도로 두는 것 등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국세기본법' 등에서 규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입법기술상 별도의 '국세청법'을 반드시 제정할 필요는 없다.
법에 국세청장 임기를 정한다고 해서 국세청장 임기가 법에 규정대로 실제로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검찰총장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국세청장을 바꾸려고 했을 때, 임기제가 있다면 정치적 부담을 가져야 한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국세청장 임기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어떤 인물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 만일 대통령의 말만 잘 듣는 사람에게 하면 이 사람은 정권이 바뀌면 불명예(감옥행)를 입을 수 있다. 때문에 독립적인 인물이거나 정치로부터 아예 분리된 인사를 하거나 또는 외부에서 들어온 인사도 좋다.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국가세입 조달에 능력이 있는 자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 정치권과 국세청 사이에 적정한 긴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장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법원장 혹은 대법관과 같이 대통령의 임기 5년보다 긴 6년으로 해야 맞다. 그러나 검찰총장(검찰청법) 및 경찰청장(경찰청법)과 같이 2년 임기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면에서 임기제의 실효성은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점에서 국세청장의 임기제보다는 국세청장의 임명과정에서 외부추천을 추가하고, 국세청의 감독과 세무조사에 대한 외부기구를 두는 것 등을 먼저 선결될 필요가 있다.
국세공무원의 비리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원인분석이 필요하다.
비리에 관여하는 경우에 퇴직이후 퇴직금 불이익, 뇌물금 추징, 취업의 제한 등 경제적 손실이 더 클 수 있고 그 손실이 현재로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제대로 국세청 내외 조직을 통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남들 다하는데 나만 처벌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처벌강화만으로는 비리가 은밀해지는 쪽으로 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장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혹에 '우리는 남이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세청 안에 그런 인물이 없다면 과감하게 외부에서 영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권도 살고 나라도 산다.
국세공무원의 비리는 처벌규정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사항은 아니다. 국세공무원이 스스로 비리에 가담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밑받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세청의 인사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국세청의 2만여 공무원 중 절대다수가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 일반 공채공무원이다. 일반 공채공무원이 고위공직자로 승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직 시 비리유혹에 빠지고 관여될 소지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점에서 국세청의 인사에 추월시스템을 도입해 유능한 직원은 발굴해 빨리 승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 자체의 관리감독 이외에 조직 외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국세청의 경우 현재 후자의 경우 감사원, 국회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국세청 이외 조직에 의한 관리감독은 국세청 밖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한계를 갖는다.
국세청 외부조직에 의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면 세무조사 분야에 국한해서 국회내 위원회를 통하는 것은 의의가 있다. 다만 세무조사 선정 등의 경우 전문성이 요구되고 우리나라 현실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것 자체에 대해 납세자의 권익보호라는 차원에서 보안이 요구된다.
국세청 자체적으로는 이미 정화기능을 잃었다. 청장 등 간부들이 이미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별로다. 특히 세무조사 남용 등을 막기 위해 외부의 힘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국세청 업무는 고도로 전문화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정치가 발붙일 공간이 없는 게 정상적이다. 국세청이 정치로부터 멀어지지 않는 이상 부정부패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국세청은 현재 외부로부터 감독을 받거나 감시를 받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 이점에서 국세청과 관련한 가장 시급한 제도적 장치는 외부에 국세청의 감독과 세무조사와 관련한 기구를 둬야 한다. 국세청의 훈령에 따라 두고 있는 각종 위원회에 외부위원을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는 국세청에 대한 감독과 세무조사의 실효성에는 큰 의미가 없다할 것이다. 법률에 의한 외부감독기구를 설치하고, 당해 위원은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추천되는 외부인으로 해야 할 것이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이희정·이현재·강상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