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존재, 전혀 몰랐다(이맹희) VS 모를 수 없다(이건희)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는 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형 이맹희 씨가 선대 이병철 회장의 차명주식 상속을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공판에서 양측은 차명주식 존재 여부와 차명주식이 경영권확보에 필수적이었는지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각자의 주장을 PT(프리젠테이션)를 통해 밝혔다.
이건희 회장측은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것이 선대 회장(故 이병철 회장)의 유지(遺志)였다며 이맹희 씨측도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 선대회장이 이건희 당시 부회장이 유일한 계승자라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측은 이맹희 씨측이 1심 이후 줄곧 경영권 승계 부분은 인정하고 상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다가 항소심에서 선대회장의 유지를 부정하고 경영권 승계마저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반면 이맹희 씨측은 차명주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동방생명이 삼성생명으로 전환되면서 통일유가증권으로 갖고 있으려면 증권예탁원에 반납해야 하는데 아직 가지고 있다고 증거를 제출한 것을 보면 실제 주식을 발행한 것인지, 점유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 회장측은 삼성생명은 다른 업체와 달리 보험회사의 성격상 보험당국의 규제가 많았다며 주권을 발행하지 않고 발행했다고 거짓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1986년 12월 14일 주권 발행을 전제로 병합했다고 밝히며, 같은해 9월 13일자 중앙일보에 공고가 나간 신문보도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맹희측은 통일주권 교환시에는 실명확인을 하고 구주권을 반납하게 돼 있는데, 실명전환은 구주권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차이가 있다며 재반박했다.
양측은 이 회장이 참칭상속인의 지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맞섰다.
이 회장측은 참칭상속인의 외관과 내용을 모두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맹희씨 측은 일반인도 이건희 회장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맹희 씨측은 또 상속을 원인으로 명의개서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희 회장은 명확하게 명의개서한 사실이 전혀없이 에버랜드 등 계열사나 다른 차명주주의 명의만으로 상속이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맹희 씨측은 이같은 사실을 들어 장기 제척기간이 도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측은 참칭상속인의 개념 표지로 정당한 상속권이 없음에도 외관을 갖추고 있는자이거나, 상속인임을 참칭해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점유하고 있는자의 경우가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측은 이 같은 참칭상속인의 경우 공동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통지나 공지 등 적극적인 행위를 할 필요는 없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행위가 존재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경우 공동상속인 중 1인이 배타적 점유를 한 경우에 해당해 전형적인 참칭 상속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이 경영권을 단독으로 승계 받으면서 이에 대해 공동상속인들도 이를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또 대상 차명주식이 경영권 행사에 필수적인가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우며 맞섰다.
이 회장측은 차명주식이 경영권 행사에 필수적이었다며 만약 경영권 승계가 단독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세계 1등 기업인 지금의 삼성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측은 당시 차명주식 보유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행이었다며, 선대 회장 역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고 경영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 회장측은 상속 개시시점부터 주권을 배타적으로 점유했으며, 이맹희 씨측이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 밖에 무상증자가 상속재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첨예한 주장을 이어갔다.
이맹희 씨측은 무상증자의 법적 성질이 기존 주식의 분할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반해 이 회장측은 구체적 신주인수권의 경우 일정 시점에서의 주주명부상 주주에게 권리가 귀속된다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이날 이맹희 씨측에서 신청한 일부 증거신청을 받아들이겠다며 다음 기일에 참칭상속인으로서 상속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 양측의 주장을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12월 3일 속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