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돈 수십억원 횡령한 유명 ‘보험왕’ 검거
비과세상품 이용 차명계좌로 수백억원 비자금
보험설계사를 통한 비과세 보험상품이 불법자금 탈세에 이용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인쇄업체 대표 A씨(69)등이 20년 동안 불법 무자료 거래 등으로 수 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각종 비과세 보험에 장기간 은닉하여 자금을 세탁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수사팀은 첩보를 입수하고 A씨를 비롯한 그의 가족 명의로 가입된 계좌에 대한 20여년 동안의 거래내역을 약 3개월에 걸쳐 세밀하게 확인한 결과, 개인 사업체를 운영할 당시 A씨와 가족들의 계좌로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어음과 수표 등 390억원 상당과 법인을 운영할 당시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110억원 상당 등 모두 500억원 상당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자금은 A씨가 20여년간 인쇄업체를 운영하며 무자료 거래를 통해 조성한 불법 자금인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또한 해당 자금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던 중 A씨는 이와 같이 조성한 불법 자금을 1992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양대 보험사인 S생명보험사와 K생명보험사의 각종 비과세 보험 상품 약 600여개에 분산 가입하였고, 그 중 234억원을 관할세무서 등에 재산반출 신고를 거쳐 2010년경 캐나다로 반출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수사팀에서는 총 500억원의 불법자금조성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각종 장부의 보존기간인 5년이내의 110억원 상당의 무자료 거래만을 입증할 수 있었고 그 중 37억원 상당을 A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해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현행 조세범처벌법 상 연간 포탈세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고발)을 규정하고 있어 A씨의 경우 조세포탈과 관련하여서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었고, 단순 조세범처벌법의 경우 10년의 공소시효 문제로 인해 전체 확인된 500억원의 무자료 거래 중 공소시효 내 해당기간까지의 포탈금액에 대해서 국세청에 과세 통보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비과세 보험상품은 세무당국에 통보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대규모 불법자금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S생명보험 보험설계사인 C(58)씨와 K생명보험 보험설계사인 D(58)씨 등을 통해 자금을 관리했다.
10년 연속 전국 보험왕에 오른 S생명 유명 보험설계사 C씨는 A씨의 자금을 관리하며 A씨의 해약 보험금 60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보험실적 유지를 위해 A씨의 처 B씨(68)에게 보험가입 대가로 현금 등 3억원 상당의 금품(보험업법 위반)을 제공했다.
또한 다른 K보험사 보험왕 출신 설계사 D씨도 보험가입 대가로 B씨에게 현금 등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적발했다.
경찰은 인쇄업체대표 A씨와 S생명 보험설계사 C등씨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K생명보험 설계사 D씨와 A씨의 처 B씨 등 2명에 대해서는 형사입건 후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각종 비과세 보험상품을 자금회피처로 활용했다" 며 "특히 20여년간 이러한 불법 자금은닉 행위가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비과세 금융상품에 대한 세무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