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미리보기-기타 세법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국세청법, 역외탈세를 근절시키기 위한 역외탈세 방지 특별법과 조세회피처 남용 방지 특별법,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하기 위한 기후정의세법과 탄소세법, 안정적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사회복지세법.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이 법안들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우리 사회를 한층 성숙시킨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논의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부가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과 직결되는 논의대상 법안이 100여개를 훌쩍 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급을 요하지 않는 이 법안들에 대한 논의시간이 충분히 배분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국세청법 =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정부와 여당이 확고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통과될지는 미지수.
정 의원이 발의한 국세청법은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2년 단임) ▲국가세무위원회 설치(국세청 1급 고위직 중 후보 추천) ▲복수차장제 도입 ▲납세자보호관 1급 상당 별정직 승격 ▲부이사관급(3급) 세무서장 신설 ▲국세연구원 신설 ▲국세공무원, 특정직화 ▲세무조사 절차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등 국세청 고위직들이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되는 일들을 차단할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이지만 지난 십 여년 동안 찬반논란 속에 국세청법이 표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은 국세청법을 당론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국세청장 임기제로 인한 인사적체 현상과 법안의 실효성 문제, 국세공무원을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시 생길 수 있는 비용증가와 타 부처 반발 등을 고려해 반대하고 있다.
□ 조세회피처 남용 방지 특별법 =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워 탈세를 하는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법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충분하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조세회피처 재산정보 신고의무 위반자(위반금액 50억원 이상)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위반금액 10%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조세포탈을 했을 경우 포탈세액 10억∼50억원은 3년 이상 유기징역, 포탈세액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으로 얻는 실익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법안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것을 얻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역외탈세 방지 특별법 = 조세회피처 남용 방지 특별법과 동일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역외탈세 방지 특별법은 처벌 강화 외에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제도개편 내용을 담았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국제과세정보분석원'을 설립해 역외탈세로 의심되는 정보를 분석하고 국외재산의 신고 대상을 확대, 이를 위반할시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현재 과세당국이 짊어지고 있는 입증책임 또한 역외탈세집중관리대상자가 전적으로 입증책임을 지는 것으로 전환하고 조세회피처 등에 10억원 이상의 재산이나 법인 출자 지분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역외탈세가 화두가 되고 있는 최근 기류에 따라 이 특별법은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조세회피처에 재산이 있다는 것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며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의견이 있어 국회 통과는 난항이 예상된다.
□ 기후정의세·탄소세법 = 말만 들어도 생소한 기후정의세법(박원석 의원)과 탄소세법(정의당 심상정 의원). 두 법안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단계적인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석유, 천연가스, 유·무연탄 등 화석연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법안의 내용이나 취지는 두 법안 모두 비슷하지만 기후정의세법은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에만, 탄소세법은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차이점이 있다.
세율은 에너지원의 종류에 따라 적게는 단위당 1.4원에서 18.4원까지 다양하며 에너지원의 대표격인 휘발유의 세율을 살펴보면 기후정의세법안은 리터당 13.4원, 탄소세법안은 리터당 6.7원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기업들의 산업활동을 제약할 뿐더러 일반·서민들에게까지 세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로 통과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사회복지세법 = 안정적인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사회복지세 도입은 논의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다. 박원석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소득세와 법인세의 10∼20%, 상속세·증여세·종부세의 20%를 사회복지세로 부과하고 사회복지세 재원을 전부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돌려 지자체에 교부하는 내용.
부가세(Sur-Tax) 형태의 세목을 만드는 형태지만, 실질은 '직접증세(세율인상)'다.
하지만 국민정서상 증세와 세부담 증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복지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인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재원 확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보여 국회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