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지노, 외국인 유치 실패로 절반 적자
해외 원정 도박 갈수록 증가…한 해 2.2조 유출
정부 일관성 없는 규제 적용…지자체는 '밥그릇' 다툼
법인세와 소득세를 포함해 국가가 사행사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은 지난해 총 2조3175억원. 매출액 대비 실효세율은 약 28.2%에 달한다.
사행산업이 발달하면서 세수 증가율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0년 전 2003년의 1조9611억원과 비교해 약 1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純)매출액은 무려 129%가 급증했다. 3조5945억원에서 8조2315억원으로 늘어나 조세수입 증가율의 7배를 넘는다.
국무총리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사행산업의 순매출액은 68억6100만달러(약 7조3207억원)를 기록, 국내총생산(GDP) 대비 0.615%를 차지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한 해 해외 원정 도박으로 쓰는 돈은 1000억달러(약 110조원) 안팎, 한국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의 7배 수준이다.
이처럼 사행사업의 사업적 규모와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 감독은 허술하다.
가장 수익성 높은 사행산업으로 꼽히는 카지노는 국내에서 17곳이 운영되지만, 이 중 16곳이 외국인 전용이며 절반이 적자를 낸다. 실제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재무제표상으론 절반이 적자인 이유에 대해 국세청 등 감독기관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를 꿈꾸며 2000년대 화려하게 등장한 강원랜드는 하루 평균 매출액 33억원, 입장객 수 8288명을 기록하고 있으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실패했다.
이용객 수가 1년 만에 6.6% 증가해 개장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부대 수익을 얻기 위해 호텔, 스키장,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를 건립했지만 적극적인 관광 유치를 안 해 사실상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카지노들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지리적 조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렵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과 비교할 때 프리칩(free chip)이나 컴프(무료 식음료·교통·룸) 서비스 등 프로모션이 떨어져 메리트가 없다. 외자 유치와 세수 측면에서 쉽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랜드는 정부가 설립한 국내 유일의 내국인·외국인 겸용 카지노로 강원도 폐광 지역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국책 사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초 설립 목적이었던 인근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전당 대출, 카드깡 등 불법 영업이 성행하면서 음성적 도박장의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강원랜드의 입장객 수는 약 302만5000명.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을 합한 238만4000명의 127%를 기록중이다.
심지어 강원랜드의 실패로 해외 원정 도박은 오히려 증가해, 심각한 국부 유출도 낳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에 따르면 중국 마카오에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00년대 이전 연간 수만명에 불과했으나 2004년 이후 대규모 카지노가 개장하면서 40만명을 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 외국인 중 한국인 관광객이 2006년 이후 해마다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00만명을 넘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 추산 결과, 해외 원정 도박으로 유출되는 자금은 한 해 2조2000억원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사행산업과 관련한 법이나 소관 부처를 통합하지 못하고 일관성 없는 규율을 적용해 결국 국영기업의 밀실 경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예를 들어 정부는 사행산업에 대해 '국민의 선량한 생활을 저해하는' 사업으로 규정, 신용카드 결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장마다 서로 기준이 다 다르고 회계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
과거 전남 나주가 경륜장 사업을 추진하자 광주광역시가 뒤늦게 유치전(戰)에 뛰어들며 지역 간 대립 양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제주도가 내국인 카지노를 추진하자 앞서 설립한 강원도 정선 지역의 주민들이 생존권 수호를 위해서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인천시에서는 영종도 카지노 건설을 놓고 지역단체와 중앙정부가 서로 투자권(權)을 쥐겠다며 갈등을 보인 일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