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에 기자실로 걸려온 난감한 전화를 받고 무척 당황했습니다.
"고객과 함께 하는 한국통신입니다. 고객님의 집 전화가 중지될 예정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번을 눌러 주세요."
전화를 받고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전화를 받은 곳이 농협의 기자실이었기 때문에 집 전화가 중지될 예정이라는 말은 당치도 않은 소리였습니다.
0번을 눌러 자세한 상담(?)을 받는 일은 없었지만 기자실까지 엄습해 온 보이스 피싱의 그림자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농협은 보이스 피싱 사기에 이용된 계좌, 일명 대포통장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11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17개월간 보이스 피싱에 이용된 계좌가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농협으로 이 기간 동안 이용된 계좌 3만613좌 중 농협회원조합은 1만3775좌(45.0%), 농협은행은 7269좌(23.7%)로 전체 사기이용계좌의 68.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농협중앙회 직원을 가장해 통장 600개를 중국 보이스 피싱 콜센터에 건네 2억 7000여만원(통장 1개당 45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기범이 검거되기도 하는 등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농협 측은 다소 억울하다고 항변합니다.
점포수와 자동화기기가 많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되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농협은 지난 8월 보이스 피싱 피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계좌를 새로 만들 때 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거래 목적확인서와 함께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의심스러운 거래유형'을 선별해 영업점에 통보하는 등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수동적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벌일 태세입니다.
이 같은 와중에 농협의 안방 격인 기자실에까지 걸려온 보이스 피싱은 생뚱스럽기까지 합니다.
농협이 보이스 피싱 등으로부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단지 헛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개선 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