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등 지부 선거 등 속속 마무리…선거판세 윤곽
김문호, 유리한 고지 선점…금노 파행운영 책임론은 부담
금융권 노조 선거가 은행지부 선거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며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등의 지부 선거가 마무리되며 내달 17일 치러지는 금융노조 임원 선거도 점차 열기가 가열되는 양상이다.
금융권에서는 21일 치러진 금융노조 최대 규모의 국민은행지부 노조 선거에서 금융노조 대변인을 지낸 성낙조 씨가 당선이 되며,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선거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성 당선자는 8070표(55.38%)를 얻으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박병권(현 위원장, 5471표, 37.54%)을 제치고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앞서 지난 7일 외환은행 지부에서는 현 집행부의 지지를 받은 김근용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
1만5000여명의 조합원을 보유해 금융노조 최대 지부인 국민은행 지부가 성 당선자를 선택하며 금융노조 선거전도 점차 기울어져 가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노조 선거는 연임에 도전하는 김문호 후보(현 금융노조 위원장)와 김기철 후보(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의 2파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정은석 후보가 국민은행 출신들로 수석부위원장(어지원), 사무처장(서은숙)을 꾸렸고, 김창근 후보(현 하나은행 노조위원장)가 마재근(농협), 소병문(국민) 씨와 함께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지만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앞선 김문호, 김기철 두 후보에 밀린다는 평이다.
김문호 후보는 현직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인 홍완엽 씨를 수석부위원장에 내세우는 강수를 두었고, 국민은행 출신의 백운선 씨를 사무처장 후보로 올리며 막강한 후보진용을 꾸렸다.
여기에 국민은행 노조 선거 이후 성 당선자가 김문호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기존 금융공기업 노조와 신한은행(노조위원장 유주선) 등을 우호 세력으로 둔 김문호 후보에게로 선거 판세가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맞서 김기철 후보는 외환은행 지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반(反) 김문호 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김기철 후보는 선거 파트너로 정덕봉(국민) 씨를 수석부위원장, 최정근(농협) 씨를 사무처장 후보에 올렸다.
김기철 후보는 최근 2000명에 달하는 외환은행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합의를 이루며, 금융노조 10만여명의 회원 중 20~30%를 차지하는 무기계약직들의 표심을 상당 부분 자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만만치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변수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지붕 두 가족'인 하나은행이다.
김창근 후보(현 하나은행 노조위원장)가 노조위원장 임기가 2년여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 선거에 나서며 김기철 후보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후보등록 전에 김기철 후보와 김창근 후보가 전격적으로 동맹을 맺으며 '적과의 동침'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이제는 김창근 카드가 김기철 후보 낙마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철 후보가 금융노조 위원장에 당선될 경우 김기준 민주당 의원,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룰 수 있어 하나금융에는 상당한 압박 카드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12월에 노조위원장 선거를 남겨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지부 선거 판세에서 김문호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노조 최대 인원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 지부 선거에서 친 김문호 계열로 분류되는 성낙조 후보가 당선되며 이미 판세가 한쪽으로 기운 것으로 본다"며 "아직 우리은행 등의 선거가 남아 있지만 지부에서 한 후보에 몰표를 던지는 관행을 생각했을 때 김문호 후보가 현재까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올해 김문호 위원장 체제의 금융노조가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으며 분명한 한계를 보여줬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반 김문호 위원장에 대한 세력도 만만치 않으며 한 지부에서 몰표가 나오는 관행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금융노조의 12년만의 총파업을 불과 하루 전에 철회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유강현 수석부위원장과 정현숙 사무처장의 조기사퇴로 조직 내부 균열을 불러온 부분에 대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는 통상 선거 전에 단일 후보를 정해 결선을 치르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달 17일 임원 선거를 앞두고 각 지부 선거결과를 토대로 한 물밑 경쟁이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