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일정이 본격 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온 입법안들에 대한 국회 기재위 입법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가 공개됐다.
입법검토보고서는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로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 보고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요 쟁점법안들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1) 가업상속제도 요건 완화
가업상속제도 대상기업을 확대하는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안과 정부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나 의원이 발의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 법안은 매출액 상한 기준을 현행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완화하고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이란 요건을 5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정부안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며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이라는 요건은 그대로 뒀다.
이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국내 중견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기업이지만 상속세 부담으로 승계 후 경영유지가 어려워 회사를 매각하거나 소극적 투자로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견 장수기업 육성, 기술･경영 노하우 승계 및 일자리 유지를 위해 가업상속공제대상 기업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이란 요건과 관련해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기업은 전체의 32.9%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계속 영업 요건 10년은 엄격한 측면이 있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혜택이 매우 큰 제도이므로 형평성․조세회피 악용 가능성과 도입 초기인 점 등을 감안해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2) 경마장·카지노 입장료 개소세 인상
경마장과 카지노 등 사행사업장의 입장료를 올리는 개별소비세 인상 법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500원인 경마장 입장료를 1000원으로 인상하고 3500원인 강원랜드 입장료를 7500원으로 인상한다. 200원인 경륜장·경정장 입장료는 200원에서 400원으로 인상한다.
전문위원실은 "사행사업장 입장료에 개별소비세를 과세하기 시작한 후 장기간 세율을 인상하지 않아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돼 있어 인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2003년 이후 10년간 사행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고 우리나라의 GDP대비 사행산업 매출 규모도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므로 사행산업에 대한 억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마장, 카지노 등 사행행위 별로 입장료가 7~15배 차이가 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또한 입장료 인상은 레저목적으로 사행성 게임장에 입장하는 이용자를 주로 감소시키는 반면 중독자의 입장을 억제하는 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3) 中企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확대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법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발의한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세액공제' 법안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할 경우 1인당 100만원(현행 30만원)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이 올해 6월 30일 현재 비정규직 형태로 취업 중인 근로자를 2014년 12월31일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위원실은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사유 중 인건비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규직 전환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위원실은 "공제액이 정규직 전환에 따라 사업주가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여전히 정책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4) 국세청법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세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는 '국세청법안(민주당 정성호 의원 발의)'과 관련해 전문위원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국세청법은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2년 단임) ▲국가세무위원회 설치(국세청 1급 고위직 중 후보 추천) ▲복수차장제 도입 ▲납세자보호관 1급 상당 별정직 승격 ▲부이사관급(3급) 세무서장 신설 ▲국세연구원 신설 ▲국세공무원, 특정직화 ▲세무조사 절차 위반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국세청장의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국세청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직무수행상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찬성했지만 "국세청장의 임용자격을 1급으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세무위원회 설치와 관련해선 "국세청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경우에는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에서 국회, 감사원, 재경부 등의 감독기능과 시민단체 등 민간의 감시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감독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위원실은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에 대해선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관세공무원, 지방세공무원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 세제실, 조세심판원 근무자의 포함여부 등 인사·조직법상의 체계문제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5) 재활용폐자원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
전문위원실은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을 축소하자는 데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고철과 폐지 등 11개 재활용폐자원 수집업자에게 적용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은 3/103(현재 6/106), 중고차 업자에 대한 공제율은 5/105(9/109)로 축소된다. 여기에 일몰기한은 2016년말까지 연장된다.
전문위원실은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조정과 관련해 "제도 도입당시의 정책목적이 상당 부분 달성되었음에도 제도와 관련된 조세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이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재활용 폐자원 사업자 등이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액을 소득보전에 사용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으므로 공제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가 발의한 금시장 양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고금 의제매입세액공제가 실효성이 없다며 폐지해야한다는 법안에 대해선 전문위원실도 금 거래 양성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고금 의제매입세액공제란 고금을 수집하는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는 자에게 고금을 매입하거나 취득하는 경우, 취득가액의 3/103을 매입세액으로 간주해 공제해주는 제도. 당초 일몰은 올해 연말까지다.
전문위원실은 "전체 금 거래량에서 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의 이용실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가 금 거래 양성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년부터 금거래소를 개설하고 금지금을 취급하는 소매업종을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대상으로 추가하는 등 금 관련 과세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실효성이 낮은 조세지원을 존치할 필요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