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한항공 특혜법"…새누리, 靑압박에 고심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함께 강조했던 관광진흥법 역시 정기국회 '입법전쟁'의 핵심 쟁점사안이다.
특히 이 법안은 심의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상임위인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여야 동수 상황이기 때문. 이를 감안, 여당 내에서도 당·정간 추가논의로 미뤄뒀다.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숙박시설을 학교정화구역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특정 기업 특혜 법안", "문화재 경관 훼손", "면학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 민주, "대한항공 특혜법, 주변 문화재 환경 훼손" 강력 반대 = 민주당은 경복궁 주변 일대에 특급호텔을 지으려는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법이라고 보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 인사동 등이 인접한 종로구 송현동 미대사관 숙소부지 호텔 건립은 대한항공의 오랜 숙업사원이었다.
실제 대한항공 대표이사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의 오찬 간담회에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언급하며 "특급관광호텔의 건립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투자를 하려 해도 몇 년을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그런 것부터 뭔가 좀 해결책이 꼭 나왔으면 한다"고 화답했고 조 회장은 이번 유럽 순방에도 동행했다.
민주당은 대한항공이 7성급 관광호텔을 건립할 송현동 주변에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등 학교 시설이 있어 "학교위생법 위반 및 면학환경을 훼손하고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심의위원회에서 반대하고 있으며 경복궁 경관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법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 중부교육지원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및 시설 해제를 요청했지만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이유로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대법원까지 소송을 벌였지만 3심 모두 대한항공의 패소로 결론이 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청와대에 읍소, 재차 숙원사업을 이루려는 것이어서 법안 심사가 본격화될 경우 야당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28일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경복궁 근처에 호텔을 세워서 주변 문화재 환경을 훼손하면 더 큰 문제"라며 "뭐든 경제활성화라고 할 게 아니지 않나. 또 그 주변에 학교도 많다. 특정 기업이 요구한다고 그 기업을 위한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특혜"라고 비판했다.
□ 與 "野 반대하면 법안 심의 못해" = 교문위 위원이 여야 동수여서 야당이 반대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할 수 없다. 때문에 교문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희정 의원이 앞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표결 처리가 어려움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의원실 측은 "법안 심의를 하는데도 여야 간사간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이 계속 반대하면 할 수 없다"며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에서 강조했지만 선진화법 때문에 여당 단독으로 할 수 없다. 의원께서도 법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절차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김도읍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관광단지 내 휴양형 주거시설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거듭 특급호텔 규제 완화안인 관광진흥법 통과를 강조하고 있어 당내에서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