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시장이 공급과잉과 넘쳐나는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도 작년부터 생산량을 줄이고 자산을 처분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와 함께 신기술개발로 철강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를 선도해 중국의 저품질·저가 공세를 떨쳐내고 미래시장도 선점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중국 폭발적 생산 증가...세계시장 과잉공급 1억6천만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철강시설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세계 철강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철강의 주요 수요자인 조선, 자동차, 건설 등이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격히 증가한 공급을 수요가 미처 따라주지 못하자 전세계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재무구조가 부실해 지는 등 경영위기 상태로 내몰렸다.
2007년 이전까지 한해 1000만톤 내외였던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초과 규모가 2007년 2800만톤으로 벌어지더니 2010년에는 3300만톤으로 늘어나 이전에 없던 과잉공급 상태를 보였다. 2005년 이후 2012년까지 공급초과 누적규모는 1억5866만톤에 달한다.
주요 철강생산국 조강생산 추이 세계 철강시장 수요공급 추이
자료 : World Steel Association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자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2010년부터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중국업체들도 과잉재고를 견디지 못해 공장폐쇄 사례가 속출했고 한국 업체들도 작년부터 생산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2012년 이후 공급감소와 동남아국가들의 개발 활성화로 공급초과규모가 774만톤으로 줄어 2007년 이전의 수급상태를 되찾는 모습을 보여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는 아직도 소진되지 못한 재고가 쌓여 있다. 전문가들은 과잉재고 해소에 앞으로도 최소한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체들도 불황국면에서 살아 남기위해 연이은 공장폐쇄, 고로가동중단, 자산매각, 인원감축 등 뼈를 깍는 생존전략들을 추진하고 있다.
■ 한국철강, 매출 증가에도 불구 수익구조 악화
세계 철강시장이 공급과잉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에도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국내 철강 4사는 지난 5년간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년 전 65조원의 매출에 비교하면 2012년의 매출은 90조원으로 38.5% 증가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감소세를 보이고 생산물량 축소로 2012년 매출이 다소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장세이다.
그러나 2008년이후 주요 철강수요 산업인 조선, 건설 등의 침체가 계속되고 공급과잉에 따른 세계 철강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5년 사이 9.6조원에서 4.5조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008년 14.8%에서 2012년 5.0%로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져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제값을 받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국내 철강 4사 최근 5년 영업실적 (단위: 조원)
◆ 철강4사 :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동부제철 자료 : 각사 사업보고서
■ 사업다각화, 제품 전문화, 원가절감 등 불황타개 방안 추진
세계 철강시장의 공급과잉 양상이 장기화되고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국내 철강업체들은 무엇보다 사업안정화를 통한 불황극복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포스코는 철강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강석 등 자원개발부터 제조와 판매에 이르는 철강밸류체인을 완성해 사업을 안정화 시키고 있다. 또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소재와 에너지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와의 부문합병을 통해 일관제철을 완성하므로써 자동차 전문철강회사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재무적으로도 운전자금을 확보해 차입금을 축소하는 등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원가절감을 위해 철광석이 풍부한 브라질에 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브라질 제철소에서 저비용으로 만들어진 쇳물을 한국으로 공급해 부가가치가 높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 중국이 흉내낼 수 없는 신기술 개발로 미래시장 선점
철강업체들은 사업안정화 추진과 함께 중국의 저가·대량 물량공세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업체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시장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은 급속한 규모확대로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 철강시장의 새로운 트랜드인 고품질 철강 생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중국업체들이 생산해 내지 못하는 에너지강재, 전기강판,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치 강판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떨쳐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9월 3고로를 완성해 미래자동차에 특화된 맞춤형 차세대 강판개발이 가능해 졌다. 중국의 저가철강과 경쟁을 하기보다 자동차에 특화된 제철소로 차별화해 세계 철강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도 해양플랜트용 후판으로 최근 6만톤의 후판을 수주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해양플랜트용 후판으로 시장을 선점했다”며 “유럽 북해의 척박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후판을 개발해 ‘엑슨모빌’, 덴마크 ‘동에너지’로부터 수주를 따내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의 임원은 “우리 철강사들은 불황타개와 함께 다가올 미래시장에 대한 준비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한 후 “중국의 저가·대량 물량공세를 이겨나가는 방법은 시장에 첨단기술제품을 공급해 철강시장의 트랜드를 새롭게 바꿔나가는 것”이라며 미래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불황을 타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