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철강업체들이 불황의 여파로 자산을 매각하고 공장문을 닫는 등 규모축소와 긴축 전략을 펴고 있지만 현대제철의 불황타개전략은 축소·긴축과는 다른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9월 당진제철소 제3고로에 불을 지펴 제품포트폴리오와 생산규모를 늘리고 10월에는 현대하이스코 자동차강판 부문을 흡수해 열연에서 냉연에 이르는 일관제철을 완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불황이기 때문에 더욱더 생산효율을 높이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며 “차세대 자동차 강판 시장에 적극 대응해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의 위상을 강화하고 미래 철강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현대제철만의 불황타개 전략을 설명했다.
■ 불황은 없다...매출·이익 증가세 유지
현대제철도 금융위기가 발발한 다음해인 2009년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그러나 1년만에 매출과 이익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2011년엔 매출이 15조원을 넘어 서는 등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현대제철의 주요 제품은 자동차와 조선용 판재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매출을 받쳐주고 있고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의 급성장으로 세계적인 불황시대에도 매출과 이익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현대제철 영업실적(조원) 현대자동차 영업실적(조원)
자료 : 각 사 사업보고서
그러나 현대제철은 영업의 안정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불황극복은 물론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불황의 시대에 변화와 혁신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박승하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안이한 생각이 조직의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경고한 뒤 “시장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정착시켜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가야한다”고 직원들에게 혁신적 변화를 촉구했다.
■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으로 일관제철 완성
현대제철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전략은 최근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추진을 보면 알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1월 29일 주총을 통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제조와 판매 부문을 분할해 현대제철에 합병하는 계획을 승인받고 오는 12월 31일자로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당진 3고로를 완공해 기존 전기로 생산능력 1200만톤에 고로 생산능력 1200만톤 까지 2400만톤 생산체재를 갖춘 현대제철은 다시 하공정 제품인 냉연부문까지 추가하게 돼 상하공정 일원화와 관리·생산·판매·R&D 통합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이 연간 5조5천억원의 매출에 3천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매출·수익·운전자금이 확보돼 차입금상환, 금융비용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조직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일관제철 완성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20만6100명, 생산유발 효과가 45조88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철근과 H형강 등 건설용 강재 제품부터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세계 철강사들이 생산규모를 줄이고 긴축경영에 들어 가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고로를 추가 가동하고 사업부문을 확대해 생산효율과 기술력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 차세대 자동차 소재로 철강패러다임 바꾼다
이번 현대하이스코와의 분할합병은 일관제철의 완성과 함께 현대제철이 향후 ‘자동차 전문 제철소’로 세계 철강시장에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은 철강제품의 꽃이라고 일컫는 자동차용 강판의 개발과 생산에 특화돼 있고 수출도 연간 1조8천억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판매망까지 확보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현대하이스코 냉연공장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에 둘러 쌓여 있어 이 일대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자동차·철강 중심지로 부각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지난 2012년까지 총 81종의 자동차용 열연강판 강종을 개발했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현재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의 99%에 해당하는 강종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동차강판 중장기 개발방향을 '신강종·미래강종 개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설정하고 현대제철 만의 차세대 자동차용 신강종 개발에 전력해 세계 자동차 강판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에 특화된 제철소로 우뚝서 새로운 철강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며 “자동차회사와의 공동 연구 개발을 통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 소재가 세계 철강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불황을 오히려 변화의 계기로 활용하는 현대제철의 불황타개 전략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