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공판에서 김 회장 측은 "97년 당시 외환위기 속에서 부실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에 대한 인수가 전체 그룹의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진행된 파기 환송심 4회 공판에서 김 회장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한 진모 씨는 "97년 당시 30대 그룹의 경우 개별 기업이 아니라 전체 기업집단을 하나의 신용단위로 관리했다"며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진씨는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을 담당했던 사람으로 "부실 계열사가 한 곳이라도 있으면 시장에서의 평가는 그 그룹 전체가 부실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제2금융권인 종금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시장에서 악성 루머가 퍼지면 종금사가 만기 도래 전이라도 어음을 회수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보, 진로, 한라, 해태, 뉴코아 등 당시 부도 처리된 기업들 역시 계열사 한 곳에서 시작해 기업 전체가 부도 처리된 경우라고 말했다.
진씨는 "당시 기업이 부도가 났다는 것은 계열기업이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막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계열기업 소속 한 기업이 부도가 나면 전체가 부도가 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김 회장 측 변호인들은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빙그레가 위장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화에서 위장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을 인수한 것은 이 같은 당시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당시 빙그레는 상속 분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김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씨의 회사였다"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빙그레가 한화에서 분리돼 독자적으로 경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변호인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검찰 측은 "한화가 한유통과 웰롭을 인수하면서 1000억원을 들였는데,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고 나서 김호연 씨가 한화에 어떤 대가를 지급했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며 "한유통과 웰롭의 인수가 한화 그룹을 위한 것이 아닌 김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지난 기일 감정평가를 의뢰한 여수 소호동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가 나왔다고 밝히면서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감정평가 결과 실제가격이 변호인 측에서 주장한 가격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이유로 제시했던 부동산 감정평가액이 다시 나옴에 따라 검찰의 공소장 변경과 변호인들의 대응 전략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수시 소호동 부동산은 한편으로는 유리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양면성이 있어 보인다.
한화석유화학에서 웰롭으로 팔 때 가격이 실제 감정평가액과 비슷하게 나옴으로써 배임액이 줄어든 부분은 김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지만, 반대로 웰롭에서 아크런으로 이후 드림파마로 넘어갈 때 다시 높은 가격에 판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이유에서 밝힌대로 검찰이 소호동 부동산이 실제 낮은 가격이 맞다면 무죄인 드림파마로의 매도부분이 유죄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한 점 때문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이 부분에서 앞으로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측이 다음 기일에 드림파마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기일은 19일로 예고하면서 오는 26일 결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