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정책과 창조경제’를 디자인하고 대선공약을 집대성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던 김종인 씨가 새누리당 탈당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그는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으로 참여한 이후, 2012년 7월부터 박근혜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이어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 됐다.
김종인 씨의 경제민주화 관련 발언의 궤적들을 보면 새누리당 탈당은 예상 가능하다. 2012년 12월 당시에는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후보만큼 경제민주화에 대한 얘기를 확실하게 한 분이 거의 없다"며 의기투합했다. 그러다 경제민주화가 후퇴되는 움직임을 보인 지난 5월에는 "창조경제라는 것도 경제민주화의 바탕 없이는 창조경제도 이루기 어렵다"며 불만을 보였다.
지난 9월에는 “지난해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경제민주화는) 만장일치로 끝난 문제인데 그 때는 왜 아무 소리도 안 했는가? 총선에 들어가서 몇 백 석 얻고 나니까 이 사람들이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국회경제정책포럼 초청강연에서는 기초연금 공약후퇴에 대해서 "재원이 10조원 미만 정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다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인데 전체 360조원에 달하는 예산 중 10조원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의 공약은 그렇게 엄청난 복지공약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일단 예산상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씨는 평소 65세 기초연금 대상의 인구가 전체인구의 12%에 해당하는 600만 명이며 이 인구 층이 갈수록 비율이 높아져 그들을 소홀히 대하고서 바른 정치가 어렵다는 소신을 펴왔다. 그러한 그로선 기초연금 공약의 후퇴를 지켜보면서 회의감이 컸으리라.
지난 4일에는 급기야 “내가 원래부터 새누리당 사람도 아니었는데 비대위 발족 시에 참여했다”며 “지난해 4·11총선 때 당규 상 당원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선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원이 됐기 때문에 언젠가는 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정책 후퇴가 탈당배경이 된 것이냐”는 질문에 “(정책은)대통령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일은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나라가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회의감을 표하는 발언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새누리당 탈당 움직임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자신의 의도와 달리 실현되지 않고 후퇴하고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정부정책기조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마당에 당적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이다. 이럴 바에야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편이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경제민주화정책과 창조경제 등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직접 입안하고 성안했던 김종인 씨의 새누리당 탈당예고는 여권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따라서 내년 2014년 6.4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으로 미칠지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김종인 씨의 새누리당 탈당설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하늘이 깨져도 안철수 신당에는 안 간다”고 부인했다. 그가 안철수 신당의 비전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가 주창했던 경제민주화가 정쟁에 휘말려 실체도 없이 겉도는데 염증을 느낀 터이다. 그는 내년 3월초 독일 초청으로 출국해 상당 기간을 체류하면서 독일경제와 일본경제를 비교 연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박사는 평소 1990년대 초의 일본경제를 닮아가는 한국경제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큰 인물이다. 그래서 독일과 일본의 정치경제를 비교 연구하는 길을 택해 한국경제 발전에 새롭게 기여할 길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의 귀국일정은 2014년 6.4지방선거가 모두 끝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년 3월 선임될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로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그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의 정치적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그 이후를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