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열린 전씨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반면 전씨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전씨의 주장대로라면 결혼축의금 18억원을 운용한 외조부 이규동씨는 웬만한 금융전문가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을 해낸 셈이다. 과연 18억원을 국민주택채권에 투자, 14년 동안 10배 가깝게 불리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단순 계산으론 가능" = 명동 사채업자들은 1987년부터 매년 국민주택채권의 시장수익률과 발행이율, 그리고 세율을 적용해 단순 계산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봤다. 이씨는 지난 1987년 외손자인 전씨의 결혼축의금으로 받는 18억원을 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국민주택채권 시세정보 제공업체인 건설114에 따르면 그해 국민주택채권의 시장수익률은 평균 11%였다. 국민주택채권 만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할 때 5년단위로 계산을 해보면 1992년에는 평균 16%, 1997년에는 평균 11%(IMF 당시에는 20%), 2002년도에는 평균 6.5%였다.
1987년의 국민주택채권 1만원짜리 당월발행분 가격이 7575원에 형성됐고, 1992년에는 6070원, 1997년에는 7575원(IMF 당시 5130원), 2002년에는 8460원에 거래됐다. 여기에 원천징수세율 21.5%에서 16.5%를 적용하면 세후 전씨의 결혼축의금 18억원은 1992년 약 28억9000마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1997년에는 약 57억9000만원으로 늘어나게되고 2002년에는 92억90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만일 IMF 당시 매입했다면 156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즉 1997년 당시 자금여유가 있어 채권에 투자했다면 결론적으로 이같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사채업자는 "외부 변수를 감안하지 않고 87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하면 18억원이 160억원 가량으로 증가하는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규동씨는 타고난 채권 펀드매니저? =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 계산법에 의한 것으로 실제 상황에서 이같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명동 사채업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73억원이 전두환씨의 비자금 관리인들 계좌와 이어져 있고 전씨가 이규동씨에게 수십억원씩 수차례 줬다고 한 것으로 봐서 이 돈은 채권투자로 발생했다기 보다 전씨가 부정축재한 은닉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를 뒀다.
한 사채업자는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고수'들이 개입,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금을 굴렸다면 가능한 일인지 몰라도 실제 상황에서 이같은 수익률이 나오기는 어렵다"며 "전재용씨의 장인인 이규동씨가 어떻게 채권 투자를 했는지 몰라도 왠만한 금융전문가도 이런 수익률을 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 B사 심상치 않다" = 건설업체 B사는 최근 직원들의 퇴직이 잇따르고 있어 사채업자들의 요주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원들 동요가 있는 점에 비춰볼 때 회사 내부에 적잖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사채업자는 "그동안 경험적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이 증가하는 업체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코스닥 W사가 발행한 3억원짜리 융통어음 5장에 대한 할인의뢰가 있었고, P사 역시 6억원짜리 4장에 대한 할인문의가 있었다.
지난주에는 벤트리 에프와이디 이노디지털 윌텍정보통신 등으로 어음할인율이 0.1%포인트 올랐다. 반면 이네트의 할인율은 0.1%포인트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