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17일 열려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이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대표 등과 공모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포탈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은 또 CJ 임직원들의 차명으로 증권계좌를 만들어 주식을 처분하면서 양도소득세 238억원을 탈루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법인세를 포탈하고, 급여를 가장해 해외 자금을 횡령하는 등 약 1300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 기소요지를 밝혔다.
이어 신동기 피고인 등 피고인들의 심문조서와 이 회장 개인 재산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CJ 관재팀 소속 직원들에 대한 피의자 심문조서 내용을 중심으로 서면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서면증거 조사에서 나타난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허위전표와 영수증을 작성한 내용과 작성 과정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측 변호인단은 검찰측이 서면증거로 제시한 관재팀 직원인 이 모씨의 진술에 대한 부분은 과장이 많다며 "이 씨가 마치 모든 것에 관여한 것처럼 말하지만 이 씨는 구속되지도 않았다"며 검찰측 주장에 반발했다.
이 회장측은 특히 부외자금 조성과 관련해 이 회장 개인이 사용한 것처럼 검찰에서 주장하고 있으나, 이 회장이 사적용도로 구입한 와인, 미술품, 차량 등은 부외자금이 아니라 차명으로 물려받은 주식을 처분한 대금으로 충당했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측은 부외자금을 조성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고 도덕적으로는 온당하지 못하지만 당시 부득이하게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조성했고 대부분 그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오전 서면증거 조사에 이어 오후에는 증인심문이 이어졌다.
한편, 이 회장측 변호인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오후 공판에 출석이 어려울 수 있음을 양해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은 1시간 40여분 동안 진행된 공판을 휠체어에 앉아 지켜봤다.
오전 공판이 끝나고 이 회장은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를 타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이 회장은 2천억원대 횡령·배임·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됐다.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은 8월 신장 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구속집행정지 기한은 내년 2월 말이다. 이 회장은 이날 재판 시작 20분 전인 오전 9시 40분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수척한 모습으로 법원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감염을 우려해 흰색 마스크를 썼고, 수행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