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그 동안 논란이 돼 왔던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또한 보상관련 3개 법안 가운데 거창사건 등 특별조치법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부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갖고 이같은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논의된 4개 법안 가운데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과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법은 원안대로 공포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특별사면 등에 대한 국회 의견을 듣도록 하는 것이 헌법에 근거가 없는 대통령의 권한 제한을 초래하고, 외국에서도 이러한 입법례가 없으며, 의결 과정에서 사면 대상자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점 등을 재의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고건 권한대행은 “법무부장관이 설명한 바와 같이 법리적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하고 모든 국무위원들도 이에 동의, 국회의 재의를 요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고 대행은 “정부로서도 과거 사면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유념해 앞으로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사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사면권 행사는 자제토록 해야 한다”며 “앞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자신의 특별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사면권 행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관련부처에서는 합헌적 틀 내에서 사업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심의기구 설치 등 제도 개선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고 대행은 국무회의 시작 전 국회의장과 각 당에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에 각당 정책위 의장과 국회 사무총장에게 재의 요구를 설명했다.
정부는 보상법안과 관련해서 거창사건 등 특별조치법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전쟁중에 일어난 민간인 희생의 보상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될 필요가 있고, 거창 사건에 대한 보상은 향후 국가재정에 커다란 부담을 작용할 수 있다”며 “거창사건과 관련된 소송이 현재 진행 중에 있어 법안 공포가 힘들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고 대행은 “재정부담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앞으로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가족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 들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은 법리상 문제와 과도한 재정부담이 있지만 거창 보상법안과는 달리 제정 당시부터 보상과 생활지원금 지급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개정안대로 공포키로 했다.
고 대행은 “공포는 하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생활지원금의 지금은 종전과 같이 실무적으로 집행하지 않을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