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서민금융'은 금융정책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됐습니다.
한 해 금융과 관련한 뉴스들을 접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서민'이었습니다.
'서민금융'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인 것 역시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가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은 금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이었다면 이제는 금융을 필요로 하는, 즉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야 할 필요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100세 시대'의 도래로 금융은 저축과 투자를 넘어 노후 준비를 위한 필수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올해 새 정부가 출범하자 이러한 '서민금융'의 논리에는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저소득층 채무자들의 이자를 덜어주는 '국민행복기금'이 정식으로 시행됐고, 주택을 구매하느라 과도한 빚을 진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이자 감면을 받거나 분할상환을 할 수 있는 프리워크아웃(pre-workout) 제도도 확대 개편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서민금융 상담 센터를 열고, 전통 시장 인근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직접 찾아 금융 교육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서민금융 전담 점포를 만들어 서민 전용 대출을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은행들이 우량 고객(VIP)만 방문할 수 있는 영업점에서 특별 대우를 한 것처럼 서민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저금리 서민 대출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해 채무를 감면받은 사람은 21만4000명. 은행들은 저소득층에 낮은 금리의 새희망홀씨 대출을 올해 6월까지 총 4조5915억원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서민금융 전담 점포가 운영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서비스가 나아지기는커녕 제자리걸음도 못 걷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서민금융 전담 점포에서 승인된 대출은 7400건, 금액으로는 1300억원 정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새희망홀씨 전체 실적인 1조9874억원과 비교할 때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셈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이 우리 금융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꾼 것은 사실이나, 아직 제도적 허점이 많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시장이 위기에 봉착한 지금, 서민금융이 우리 금융의 튼튼한 받침대가 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