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롯데그룹,지하철 노선 보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대기업 중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 51개 순환출자고리 형성  

롯데쇼핑, 6개사 출자받아 26개사 투자하는 돌려막기식 출자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계열사는 총 77개사이다. 이중 대다수의 계열사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지난 5월 공정위가 발표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도를 보면 마치 저인망 그물처럼 촘촘해, 서울 지하철 노선도 보다 더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정점에 놓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51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며 계열사끼리 서로 연결돼 있다. 얼마나 복잡하면 롯데 그룹 직원들조차도 지배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단적으로 롯데그룹의 유통과 식음료부문의 대표 회사인 롯데쇼핑과 제과의 경우를 보면, 지난 9월말 기준 롯데쇼핑은 롯데알미늄 외 26개사에 출자하고 호텔롯데 외 6개사로부터 출자를 받았다. 롯데제과 역시 롯데칠성 외 15개사에 출자하고 롯데알미늄외 3개사로부터 출자를 받는 등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있다.

이처럼 거미줄 같은 출자구조를 갖게 된 이유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한 보고서에서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를 설립 또는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회사가 출자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롯데의 경우 다른 재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계열사 순환출자를 활용해 그룹의 외형을 키워 나간 그룹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이는 공정위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7월 공정위의 ‘2013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  순환출자(지분율 1% 이상 기준)가 형성된 기업집단 14곳의 전체 순환출자 고리 수는 총 124개다. 이중 롯데그룹은 51개로 41.1%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순환출자 개선 입법 수차례 무산... MB정권 출범으로 재벌 확장 가속화

순환출자는 기업 경영활동의 효율성제고와 적대적 M&A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을 제공한다는 순기능과 함께 가공자본의 양산과 이에 근거한 가공 의결권으로 지배구조의 왜곡 및 자본충실 저해 등의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순환출자 형태는 A→B→C→A로 이어지는 환상형이 대표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그룹 분할, 대규모 기업인수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년에 걸쳐 급속히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의 순환출자가 결과적으로 경제력 집중, 지배권 강화 및 승계, 부실기업 지원 등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부작용 또한 커지는 등 문제점이 노출됨에 따라 규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공정위와 정치권에서는 순환출자의 문제점을 개선코자 지난 2005년 이후 2007년까지 순환출자 금지 입법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재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특히 MB정권 출범과 대기업 친화정책으로 인해 재벌들의 순환출자를 통한 계열사 확장을 막는 역할을 하던 출자총액제한제가 2009년 폐지됨으로써 재벌들은 별반 규제없이 외형 확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