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집권 이후 국민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키워드는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중소기업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관련 제도개혁과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의 첫 출발이라 할 수 있는 취임사 준비를 중소기업에 맡기며 강력한 의지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당선인 시절 내놓은 '손톱 밑 가시' 발언에 중소기업인들의 기대가 커진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 마련 됐습니다. 지난 1월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에서는 추경호 부위원장 주재 하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의 관계자들이 모여 금융기관의 향후 역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추경호 당시 부위원장은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상 대출을 권고하면서 "기업자금을 원활히 공급해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계획은 올해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30조8000억원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발맞춰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상 금리우대상품과 신용대출조건 완화상품들을 내놓으며 정부의 기대에 답한 것은 말할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 우대상품을 내놓은 은행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정부의 권고사항이니 따르기는 하겠지만,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게 무분별한 대출을 해주는 것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다른 곳보다 위험가중치가 높다"면서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가 확실하지 않는 이상 BIS비율(은행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대승적 차원에서의 정부방침은 당연히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는 정책은 오히려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중소기업인들의 한숨도 깊어만 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1년을 맞이하는 정부가 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제공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