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롯데그룹에 무슨 일이… 합병 자산이동 '잰걸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계열사 간 흡수‧합병, 자산매각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올 초부터 호텔롯데, 쇼핑, 제과 등 그룹 주력 계열사에 대한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의 세무조사, 부당거래 행위 등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6가지 이슈를 거론하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이뤄지는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6가지 징후...

동부증권 차재헌 연구원은 지난 11월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년 내에 롯데 그룹 지배 구조상 변화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차 연구원은 “복잡한 순환출자 상황에 있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함께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징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며 변화의 징후로 6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그 징후로 ▲지주회사 전환 관련 세제혜택 종료가 임박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 문제 등으로 중견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가속화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 추진과 구주 매출 가능성 ▲호텔롯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또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기관의 전방위적 압박 ▲최근 잇따르는 계열사 간 흡수 합병, 지분 매각, 자산이동 ▲오너 형제들의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 지속을 예로 들었다.

재계에서도 빈번한 계열사 간 흡수합병, 사정기관의 압박과 지주회사 전환 세제 혜택 종료 도래, 오너 형제의 지분 매입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순환출자 금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2011년 이후 계열사 간 합병, 자산매각 활발... 복잡한 연결고리 제거?  

롯데그룹은 지난 2011년 이후 최근까지도 빈번한 계열사 간 흡수‧합병, 지분 매각 및 자산 이동 등을 통해 계열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롯데푸드(구 롯데삼강)와 파스퇴르유업의 합병, 롯데제과와 롯데제약 합병 등 4건의 계열사 간 합병이 있었다. 지난해 역시 롯데케미칼과 케이피케미칼 합병 등 4건이 합병이 이뤄지고 올들어선 지난 10월까지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부여 리조트의 합병 등 총 9건이 진행됐다.

또 호텔롯데가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고, 부산 국제빌딩 건물을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에 팔았다. 또 코리아세븐은 일본계 자금유치를 위해 CB를 발행하는가 하면 최근엔 롯데쇼핑이 총 1조원이 넘는 보유 부동산 매각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오랜 시간 지배구조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던 대표적인 그룹이었다. 그러한 롯데그룹에서 최근 2~3년 사이 계열사 간 지분이동과 합병. 자산 매각 작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계에선 지배구조의 변화와 함께 오너 2세 형제 사이에 후계구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 2009년 그룹 ‘2018 비전’설립 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그룹의 역량강화를 위한 활동들”이라며 “후계구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증권사 한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계열사 간 빈번한 합병과 그룹차원의 대규모 자금조달 활동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 사정기관의 롯데호텔, 쇼핑 등 계열사 조사... 지배 구조 변화 압박?

올해 들어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들의 그룹 주요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높게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월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호텔롯데의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7월엔 롯데쇼핑이 세무조사에 들어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세븐일레븐의 부당행위 조사, 4월 롯데제과의 납품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조사, 4월과 5월에는 대홍기획과 롯데시네마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진행됐다.

롯데그룹이 올들어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 정부기관으로 부터 각종 조사를 받은 사례는 드러난 것만도 7건에 이른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의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만 하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국세청이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세무조사 종료시한을 80일 연장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떠돌고 있다. 

세무업계에선 계열사 간 합병에 따른 ‘회계상 영업권’의 적정 계상 여부, 부실계열사 지원, 증여 논란 등 세무 관련 부분에 대한 의혹과 복잡한 지배구조 해소를 위한 압박 가능성 등이 기간 연장 사유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러 가지 추측들이 많았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며 특히 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쇼핑의 기간연장 사유에 대한 부분은 국세청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뭐라 답변하기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 세제혜택(조세특례제한법 제 38조의 2) 종료 시한이 2년(2015.12.31.)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점도 롯데 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동부증권 차재헌 연구원은 “최근 세제혜택 종료에 대한 우려와 임박한 경영권 승계 문제 등으로 중견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재벌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 내 계열분리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재벌그룹 오너 입장에서는 상속과 지배권 강화 유혹이 계속되고, 정부 또한  재벌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아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대기업군의 막바지 전환 가능성이 있고 롯데그룹도 이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나이(92세)가 고령인데다, 신동빈, 신동주 두 형제간의 계열사 보유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항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롯데판 왕자의 난'을 피하기 위해 세제혜택 종료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를 정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