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박빙의 지분차… '롯데판 왕자의 난’ 벌어지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보유중인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대부분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특이한 지분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 그룹이 후계구도를 짤 때 2세들에게 계열사 마다 뚜렷하게 지분율 차이를 둬서 계열사를 나눠가지는 방식을 쓰고있는 것과는 달리 롯데그룹은 거의 모든 계열사의 지분을 신동주 신동빈 형제가 골고루 나눠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지분구조가 예측가능성을 떨어지게 만들어 형제들 사이에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두 형제간 지분 분포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인데다가 최근들어 계열사의 지분 매입이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할 예정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질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두 형제간 박빙의 지분구조에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계열사 지분 매입 움직임을 거론하며 ‘롯데판 왕자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 두 형제, 박빙의 지분율... 오너 일가 합종연횡 따라 역전 가능  

롯데그룹 계열사의 3분기 사업보고서와 지난 12일까지 거래소에 공시한 자료에 근거한 신동빈 신동주 형제의 계열사 보유지분은 외견상 신동빈 회장이 조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롯데쇼핑 등 7개사의 오너 일가 지분을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쇼핑, 제과, 롯데칠성 등 3개사, 장남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6개사, 차남 신동빈 회장이 7개사 전부,장녀 신영자 호텔롯데 사장 역시 6개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푸드를 제외한 6개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신동주 부회장보다 높은 지분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 형제 모두 안심할 수 없는 박빙의 절묘한 지분 구조가 나타난다. 두 형제 중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적인 우위를 허용치 않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치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그룹의 핵심관계자들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와 관련 롯데 그룹관계자는 “두 형제간 지분 분포가 이렇게 이뤄진 목적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지분 구조는 두 아들 가운데 누구에게도 절대적인 지위가 부여되지 않은 상태로,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영자 사장이 두 형제 중 누구의 손을 잡아주느냐에 따라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이 달라지는 상황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의 경우, 신동빈 회장이 13.46%의 지분율로 신동주 부회장의 13.45%보다 0.01%포인트 앞선다. 박빙이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영자 사장 지분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 역전 가능하다. 제과, 칠성, 정보통신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가 발생 가능한 구조여서 현재의 지분 분포로는 절대적 강자가 없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차기 경영권의 향배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들어 두 형제가 조심스럽게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어 후계구도를 둘러싼 지분 경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 경영권 향배의 열쇠는 최상위 지배회사 호텔롯데 손에...

롯데그룹 차기 대권의 향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그룹 지배구조 상층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롯데그룹의 51개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시켜 그룹의 핵심인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3개사를 중심으로 큰 틀을 살펴보면 하나의 추론이 가능하다.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는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쇼핑 8.8%, 제과 3.2% 등 총 26개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호텔롯데가 출자 받은 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 다른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로 복잡하게 연결된 것과 비교하면 딴 판이다.

지난 10월 롯데 제주‧부여리조트 2개사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롯데제과 외 5개사에게 총 0.7%의 합병신주를 발행, 순환출자 고리에 엮이게 됐다. 하지만 이는 합병에 따른 불가피한 출자로 관련법에 근거, 향후 6개월 내에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연결고리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롯데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 호텔롯데의 지배권이 신동주 부회장에게 있지만 이 역시 우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호텔롯데의 경영권을 지배할 경우 호텔롯데가 보유한 26개 계열사 지분이 우호지분으로 가세하여 롯데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된다.

그런데 호텔롯데의 지배구조 역시 두 형제 사이에 큰 우열이 없는 형태로 구성되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을 보면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19.1%, 기타 일본계 투자회사들이 80.0%, 롯데제과 외 0.7%, 자사주 0.2% 등이다. 여기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 아닌 신동주 부회장이다.

이것만 믿고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신 부회장의 지분에 더해보면 롯데정보통신 1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주력 6개사 모두 신동빈 회장을 앞서게 된다. 이 경우 신동주 부회장을 실질적 후계자로 봐도 무방한 지분율인 셈이다.

그렇다면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은 얼마나 될까? 일각에서는 국내 계열사에 대한 두 형제간 지분 배분을 볼 때, 이 회사 역시 비슷한 지분 분포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신동주 부회장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롯데홀딩스의 지분에 대해서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의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홀딩스 역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애매하게 답변했다.

문제의 열쇠를 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주 부회장이 현재 상황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후계 자리까지도 쟁취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신동빈 회장의 대응은 무엇일까? 이른바 ‘롯데판 왕자의 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