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회 논의 불투명, 금융위 개혁론 '솔솔'
지방선거 겹치면서 법안 또다시 표류 위기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됐던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설립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금소원은 금융감독원에서 분리, 이르면 올해 안에 설립을 완료하는 것이 당초 정부의 목표였으나 지난해 금융권 반발에 표류하다가 최근에는 야당의 정부 개혁론(論)까지 불거지며 국회 통과가 요원해졌다.
현재 민주당은 금감원 상위의 컨트롤 타워인 금융위원회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칭)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종걸, 민병두, 김기식 의원이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문제는 이 법안의 쟁점이 정부인 금융위에서 금감원에 대한 감독·통제의 권한을 더 내려놓는 것이라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이 외부의 위원들을 참여시켜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시장 감독, 제재 심의의 의결권을 주는 것.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의 권한을 아예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조금 약해질 수 있다. 당초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에서 시작된 만큼 기관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이용돼선 안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에 새 정부의 추진력도 차츰 후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법안이 빠른 시간 안에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정부가 계획했던 시기가 조금씩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는 여전히 정부가 제안한 내용의 법안을 이달 중 논의, 금소원 설립을 내년 후로 미루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어려움을 인식하는 모습.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소원이 설립돼야 한다는 것에는 정부나 야당이나 같은 입장인 게 분명하다. 다만 금융위까지 개편돼야 한다는 논리가 생겨나면서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금감원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감원이 분열된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듯 했는데, 법안 지연과 지방선거가 겹치면서 갈피를 못잡는 분위기다"고 했다.
금소원 작업은 금융 위기 이후 저축은행, 파생 상품, 회사채 등 부실 사태가 잇따라 터지며 금융 소비자들의 대량 피해를 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금소원 설립을 통해 인사권 등 권한을 늘리고 금감원을 분할통치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