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성별 등 포함돼 있어 유출시 피해 '심각'
"임의번호 부여…정보유출시 교체 가능해야"
지난 50여 년 간 우리 사회에 정착돼 있던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일부 카드사를 통해 약 1억 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개인 신상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는 주민번호의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고,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할 때 생년월일·성별·지역 등 개인의 고유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임의 번호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11일 대표발의했다.
주민등록번호에 개인의 고유정보가 포함돼 있어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
이 같은 사항이 기업이나 개인정보 사냥꾼들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해 인권 침해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입장이다.
김제남 의원은 "주민등록번호 유출은 모든 개인의 프로파일링(해석 및 열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미 국제연합(UN)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제도 및 본인 확인제에 대해 개선 권고를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진선미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경우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12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진보네트워크센터와 경제정의 실천연합(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정안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주민번호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와 기업들의 무분별한 주민번호 수집을 막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 개정에 참여한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민번호 제도는 국민 모두를 잠재적인 간첩 혹은 불순분자 등으로 보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라고 꼬집었다.
주민번호 제도가 도입된 계기는 지난 1968년 북한특수 부대원이 청와대를 습격한 '김신조 사건'이후로 간첩이나 불순분자의 색출, 병역기피자의 징병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에 앞서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지난해 8월, 성폭력 피해자 등의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부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소송 및 합의 과정에서 알아낸 피해자의 주민번호를 통해 거주지와 직장 등을 찾아가 협박 혹은 보복을 하는 사례가 일어나곤 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현행법에는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성범죄 및 성매매 피해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