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식 하나대투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이 지난달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투자자들에게 은퇴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고객자산운용본부를 확대 개편했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자산 관리' 준비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연금 상품, 젊을 땐 '공격적'…점점 안전하게
한국 투자 벗어나 해외시장 눈 돌려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제구조. 수명 연장과 경기 침체, 금융 환경의 변화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산 관리의 트렌드(trend)는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 금리와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자산 관리의 주축이었다면, 이제는 자본시장 참여나 다양한 대안 투자(alternative investment)가 재테크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바람은 무엇보다 증권가의 희망이 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 후 전 세계 금융투자업은 유례없는 침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하나대투증권(www.hanaw.com)은 금융투자업계에서 비교적 빠르게 고객자산운용본부를 설립했다. 금융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리서치센터와 영업점 사이의 연계를 강화해 은퇴 시장에서의 경쟁을 준비중이다.
■ 고객자산운용본부 첫 수장…자산운용업계 25년 경력 = 하나대투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는 지난해 조직 개편과 함께 설립됐다. 증권사의 자산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보다 강점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조직 개편 후 첫 본부장을 맡은 정윤식(사진) 전무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고 운용 인력을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보고 있다"며 조직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1989년 하나대투증권 전신(前身)인 대한투자신탁에 입사, 금융투자업계에서 25년째 경력을 쌓았다.
노무라투자신탁(현 노무라이화자산운용)과 하나대투증권 뉴욕 법인, 하나UBS자산운용에서 근무한 경험이 첫 본부장에 발탁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직 개편 후 하나대투증권은 PST(Portfolio Solution Team) TF(task force)를 운영, 하나금융그룹 전문가 9명이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맡고 있다. 투자 설계뿐 아니라 세무와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산 관리와 관련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윤식 전무는 "지금은 고액 투자자에 한하지만 향후 전체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투자, 자산 관리의 '새 트렌드' 돼야 = 정윤식 전무는 향후 자산 운용의 핵심 키워드로 '해외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해외에 투자를 너무 안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환경이 변할수록 과거에 향유했던 기대 수익률은 멀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트렌드에 얽매이거나 신흥국가에 편중된 해외투자를 하는 현상이 강하다.
"금융 위기 전후 자산 관리 시장의 일면을 돌아보면 열풍과 열병이 되풀이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지요."
정 전무는 "높은 기대 수익과 레버리지(위험 투자)는 삶의 기반을 위협하거나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며 "(운용 철학에 있어) 서비스뿐 아니라 역량에 신경 쓸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와 관련 "운용자에게 지식은 가장 기초적이지만 충분하진 않다. 사물을 대하는 애티튜드(태도)와 마음가짐, 융통성 있는 운용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연금 펀드, 길게 내다보라" = '은퇴 준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연금 상품'이다. 한국 정부는 1988년 국민연금, 1993년 개인연금, 2005년 퇴직연금을 차례로 도입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일찍이 연금 펀드 시장에 진출, 현재 70개 정도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영 연금사업부장은 "개인연금은 정기적으로 적립하는 것이 운용 수익률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연금 펀드는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서 수익률이 오르내릴 수 있다. 이영 부장은 "어느 한 시점에서 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 있으나 장기간 내다보고 투자하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연금 정책이 변경되면서 앞으로 한 계좌에서 여러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상품을 변경해도 환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예컨대 '사과, 배, 바나나'라는 펀드가 있을 때 과거에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해 투자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를 필요 없이 한꺼번에 다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영 부장은 "연금 상품을 빈번하게 교체하는 것은 오히려 수익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은 은행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중심의 확정 급여(DB)형 구조. DB형은 납입금이 정해져 있고 기업의 재무 담당자가 운용을 맡는다. 반면, 선진국에서 일찍이 발달한 확정 기여(DC)형은 근로자가 납입금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고 직접 운용을 하면서 펀드, 채권 등 여러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영 부장은 "현재 DB형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향후 DC형이 성장해야 한다. 근로자의 투자성향이 다 다르듯 DC형 시장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연금을 적립하는 시기에는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 즉 변동성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엔 '지키는' 자산 관리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