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주식매수 가격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매수 가격 인상 요청이 기각당한 한국은행은 1천여억원의 장부상 손실을 인정하고 항고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조기 통합론에 대해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2주년을 맞은 '2·17 합의'를 근거로 강력 반발, 갈등이 증폭될 여지도 남았다.
◇"주식교환 가격 정당"…한은 1천억 손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외환은행을 상대로 제기된 주식매수가격 결정 청구에서 애초 결정된 주당 7천838원의 가격이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청구인은 외환은행 주식을 보유했던 한은과 소액주주들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항고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법원의 결정문을 받은 지 1주일 안에 항고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중에는 (항고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하나금융을 상대로 주식교환 무효 소송을 내지 않은 점 등 이번 사안에 관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항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2대 주주(지분 6.1%)였던 한은은 항고를 포기할 경우 지난해 보유주 매각으로 입은 1천34억원의 손실을 확정 짓게 된다.
법원이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에 넘기는 가격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2012년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작업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외환은행 소액주주 등이 하나금융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교환 무효확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3차례 제기돼 서울중앙지법이 병합 심리 중인 이 소송은 이르면 상반기 중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전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해선 주당 1만4천260원을 보장하면서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7천383원을 강요한 주식교환은 부당하다는 게 소장에서 밝힌 주요 취지 중 하나다.
◇하나·외환 통합 속도 낼 듯…노조 강력 반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주식 매수를 둘러싼 법정 싸움과 함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흡수 작업은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다. 양측의 신용카드 사업을 합치는 게 1단계로 해석된다.
외환은행은 카드사업부문을 다음 달 인적분할, 독립 법인으로 만들려고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에서 떨어져나온 외환카드를 계열사인 하나SK카드와 합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카드사업에 부속된 전산 부문의 통합이 수반되는 만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본격적인 합병을 위한 준비 단계로 여기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 급여·복지 수준의 변화를 우려한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외환의 카드사업 통합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날로 2주년을 맞은 2·17 합의를 위반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중재로 하나금융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가 2012년 맺은 합의 가운데 핵심 조항인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 보장'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SK카드의 부실을 메우려고 2조8천억원 자산의 외환카드를 거저 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금융당국이 외환카드 분할을 인가하면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카드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려는 방안일 뿐"이라며 이를 하나·외환의 '투 뱅크' 체제 무력화와 연관짓는 건 무리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