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집을 구하던 A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가와 부족한 물량에 울며 겨자먹기로 50만원의 월세를 구했다. 하지만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와 관리비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정부가 한달치 월세만큼의 세금을 돌려준다고 발표한 월세 세액공제에 눈이 번쩍 뜨였지만 세액계산을 해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연 60만원의 세금을 돌려 줄 것처럼 홍보했지만 총급여 2400만원에 불과한 A씨는 연간 소득세를 20만원도 채 내지 않고 있었다. 최대치를 받아도 20만원 이상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던 것이다.
정부가 현행 월세 소득공제(공제율 60%, 한도 500만원) 방식을 세액공제(공제율 10%)로 전환하기로 함에 따라 매달 월세를 납부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352만 월세민들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정부는 세액공제 전환 및 공제대상 확대로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은 연간 최대 75만원(공제한도 연간 월세지급액 중 750만원까지)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사실상 1달 월세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꼴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총급여 30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은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혜택을 거의 받을 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근로자 연말정산 체계에 원인이 있다. 기본적으로 세액공제는 납부한 세금에서만 공제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납부한 세금보다 공제액이 크다고 해서 환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 총급여 3000만원 이하 서민 근로자, 세금혜택 사실상 '제로' = 지난 26일 월세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효과분석 자료로 정부는 총급여 3000만원 근로자를 예로 들었다.
이 근로자가 그럴듯한 월세집을 얻어 월 50만원씩 연간 600만원을 지출한 경우 현재의 소득공제 방식으로는 21만6000원｛연 600만원×60%(소득공제율)×6%(소득세율)｝, 세액공제 전환시 60만원｛연 600만원×10%(세액공제율)｝의 세금인하 혜택으로 1.2개월치 월세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총급여 3000만원 이하 월세민들이 얻을 수 있는 월세 세액공제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총급여 3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1년 중 부담하는 세금(소득세)의 액수는 최대 32만6500원이다. 이는 연말정산 시 가장 기본적인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본인+배우자+6세 이상 자녀 2명)만을 고려해 계산된 세액이다.
해당 근로자가 다른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4대 보험료,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신용카드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월세액 전액을 세액공제 받아(세액공제 금액 32만6500원) 납부할 세금은 0원이 된다.
그러나 월세 세액공제에 앞서 다른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을 적용할 경우, 내야 할 세금의 액수가 줄어들어 세액공제에 따른 혜택 금액 또한 이에 비례해 줄어든다.
즉 일반적 생활패턴(신용카드 사용 등 비용지출)을 가진 근로자 가구의 경우 정부의 설명처럼 60만원의 세금혜택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파악한 월세 거주 저소득층(월 평균 가구 총소득 70만~200만원) 220만 가구에 속하는 근로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의 소득을 연소득(총급여)으로 환산하면 840만~2400만원이며, 연소득 840만원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정부의 설명처럼 1달치 월세액을 지원 받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연소득 2400만원 근로자는 부부인 경우 28만300원, 부부+자녀 1명인 경우 22만50원, 부부+자녀 2명인 경우 15만2550원 등 내야 할 연간 세금의 액수 자체가 적거나 없는 '면세점' 근로자에 가깝기 때문에 월세로 지출한 금액에 대한 세금혜택은 사실상 '제로'다.
다만 비슷한 급여수준이라면 독신가구인 경우에만 월세 세액공제 혜택의 일부를 수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월세액을 기준으로 동일한 지원이 가능해 과세형평성 제고 및 저소득층에 대한 월세 세제지원 효과가 확대된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총급여 7000만원 이하 월세민 전원에게 정부가 1.2개월치 월세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홍보한 것 자체가 '과장광고'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기재부 관계자도 "월세 세액공제 효과는 다른 공제를 받지 않고 월세 세액공제만 받을 경우로 계산했다"며 "총급여 3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경우에 따라 혜택을 적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서민'은 없다, 실질적 수혜층은? = 월세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실질적 수혜층은 결국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높은 계층, 즉 정부가 규정한 '중산층'들이다.
급여수준이 높아지면 그만큼 납부하는 세금이 많아지고, 세액공제가 연말정산을 통해 확정된 총 세액에서 직접 깎아주는 체계이기 때문에 체감하는 혜택의 크기가 클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할 때 총급여 4500만~7000만원 월세민은 월세 지출액에 따라 최대 75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실제로 총급여 4500만원 월세민(부부+6세 이상 자녀 2명)의 경우 연말정산(근로소득공제+인적공제)을 통해 납부할 세금은 205만7500원이다.
만약 월세로 연간 750만원을 부담했을 경우 최대치인 75만원이 납부할 세금에서 차감, 130만7500원으로 납부할 세금이 줄어든다.
급여의 고저와 상관없이 월세 지출액 기준으로 동일한 액수가 지원된다는 측면에서 과세형평성이 제고되는 측면은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계층이 돼야 할 저소득 서민층은 큰 혜택을 기대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도개편이 가진 '맹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불완전하다. 전월세에 대한 지역별 편차 등의 통계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래야만 세액공제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있고 정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필 세무사는 "저소득층이 혜택을 본다는 정부의 주장이 성립되려면 저소득층 근로자가 각종 공제를 포함한 세금을 얼마나 냈고 세액공제로 전환되면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설명을 해야 한다"며 "소득세를 20만원 냈다고 한다면 세액공제는 20만원만 공제받고 끝나는 것이지 더 주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고 홍보를 한 것 같은데 '과대포장'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