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공익(公益)을 대변해야 할 곳에서 제 식구 배불려 주는 복리후생에만 온 신경이 집중됐다는데서 출발했다. 오죽했으면 '신의 직장'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 이 정도면 할 말 다한 셈이다.
이 같은 제 식구 배불려 주기는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지면서 이들 공공기관이 빚더미에 올라 앉고, 대국민 신뢰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리게 만든 '주범'이었다. 제 살을 깎는 노력이 없다면 신뢰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7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를 열고 복리후생비가 높아 방만경영 소지가 큰 중점관리기관에 대한 정상화 이행계획안을 확정,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후속조치로 38개 중점관리기관은 지난달 말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공공기관이 제출한 자구노력 계획을 정부가 검토해 승인한 것이다.
방만한 경영을 일삼은 공공기관을 정상화로 돌려놓기 위한 방책의 핵심은 과다하게 책정됐던 복리후생비를 크게 줄인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9월말(3분기말) 이생상황에 대해 중간평가를 실시, 실적이 미미할 경우에는 인정 없는 '철퇴'를 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노조 합의 등 개선을 조기 완료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중간평가를 앞당겨 실시해 중점관리 대상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떼어주기로 했다. 
□ 해도 너무했던 公기업 복리후생비 대폭 깍인다 =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을 살펴보면 학자금·보육료·의료비·경조사비 등 복리후생에 대한 비용이 대폭 삭감된다. 구체적으로 중점관리 38개 기관은 올해 복리후생비 규모를 지난해 대비 약 1544억원 감축(31.3%↓)하겠다는 계획을 잡았다.
자연스레 1인당 복리후생비도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실제 이들 기관 소속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는 평균 137만원(31.1%↓)줄어든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관(36개)이 500만원 이하로 개선될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놨다.
그동안 기관별로 복리후생비는 과다하게 책정됐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이에 대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정부에 정부가 분석한 자료에서도 지난해 24개 기관의 복지후생비는 500만원을 초과했다. 한국거래소의 복리후생비는 1306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수출입 은행(969만원), 코스콤(937만원), 한국마사회(919만원)순이었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수출입은행 등 방만경영 20개 기관의 복지후생비가 242만원(36.9%↓)깎인다. 바로 방만경영, 부책감축 등 정상화의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선 지출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과도했던 한국거래소는 859만원이 삭감된 447만원, 수출입은행은 393만(-756만원), 코스콤은 459만원(-478만원), 마사회는 547만원(-373만원)으로 약 40% 이상 대폭 감축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공공기관의 이행상황을 감시, 개선점이 미미할 경우 자비 없는 철퇴를 내려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큰 원칙하에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노력이 없을 시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먼저 공운위에서 확정된 계획을 중심으로 이생상황에 대해 오는 9월말(3분기말) 중간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때 당초 세웠던 계획과 비교해 세부 항목별 이행실적을 엄정하게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그 결과 실적개선이 없을 경우 기관장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중점관리대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공공기관은 혜택도 줄어든다.
성과급의 차이를 두거나 임금동결이라는 직접적인 피해까지 입게 된다. 여기에 기관장 해임이라는 강력한 수단도 따라붙는다.
기획재정부 최광해 공공정책국장은 "중점관리대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공공기관의 경우 금년도 실적을 평가한 성과급에서도 차이가 나며, 내년 임금이 동결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간다"며 "이 같은 꼬리표를 떼지 못한 해당 공공기관장은 해임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다만 노력의 성과에 따라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지울 수도 있다.
정부는 노조 합의 등 개선을 조기 완료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중간평가를 앞당겨 실시해 중점관리기관에서 해제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해당기관이 퇴직금, 교육비·보육비, 경조사비·기념품, 휴가·휴직제도, 의료비 등 8대 항목에 대해서도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제도개선계획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한국전력기술 등이 8대 항목 중 7대 항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개선 건수로는 수출입은행, 원자력안전기술원, 마사회, 코스콤, 한국거래소 등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철도시설공단과 석탄공사는 5건으로 가장 적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완료 예정인 기관이 60%(23개 기관)이며, 부산항만공사, 한국투자공사 등은 1/4분기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