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썩은 정치 전형" 원색적 비난…野 "방송법‧민생법 일괄처리 1석3조"
원자력방호방재법 막판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헤이그 핵 안보정상회의에 입장하기 직전인 24일 오후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와 국익을 내세우며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요구한 '방송법 연계 일괄처리'에 대해서는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과정에서의 정부여당의 무책임과 안일함을 비난하면서 원자력방호방재법이 국제협약의 의무 조항이 아님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원자력방호방재법)이 아무 상관없는 방송법과 연계되어 처리되지 못하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은 새 정치를 하겠다는 민주당으로서도 반드시 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늦어도 오늘 오후까지는 본회의를 열어 이 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핵 테러 방지법은 국익과 안보에 관한 것이다. 이런 사안을 민생과 상관없는 방송법과 연계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총리와 여권 지도부들이 총출동해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 대표에게 읍소해도 막무가내다. 국제사회와 국익, 안보와 국민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내 소수 강경파 눈치만 보는 게 야권 지도부의 현 위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러고도 새 정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무엇을 위한 새 정치인지 모르겠다. 국익과 국민 여론을 아랑곳 하지 않는 새 정치라면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심재철 최고위원 역시 민주당을 겨냥, "민주당이 원자력방호방재법을 거부해 대한민국이 국제적 망신을 살 것 같다. 우리는 2년 전 서울 핵 안보정상회의 때 협약비준을 공약했는데 헤이그에서는 지난 의장국 자격으로 각국의 협약 진행상황을 발표하게 돼있다. 야당의 비협조로 법안이 불발되어 국제사회에서 공약한 것을 못 지켰다는 창피를 겪어야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어 "민주당도 원자력방호방재법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어떤 법안도 안 된다고 억지를 부려 국가적 사달이 날 것"이라며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드는데 이런 억지가 새 정치인가. 이는 썩은 정치의 전형"이라고 힐난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대통령과 총리가 이야기했듯이 원자력방호방재법이 그토록 대통령 체면에 중요한 것이라면 공정방송법도 민생관련법도 같이 처리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며 "국가 체면이 달린 원자력법을 처리 못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공정방송법과 민생법을 진돗개 정신으로 물어뜯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당장이라도 원샷 원포인트로 처리할 의사가 있다"며 "원자력법이 처리 안 되는 건 오직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이기심 때문이다. 특히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하다. 원자력법과 방송법, 기초연금법의 동시 처리로 민생 의회주의와 대통령 체면을 살리는 '1석3조'의 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원자력방호방재법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시각을 다투는 사안도 아니고 국익이나 국격과 직접 관계되는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이 오늘까지 통과돼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2012년 우리가 의장국이었던 핵 안보정상회의에서는 핵테러 억제협약과 개정핵물질방호협약을 2014년까지 발효하기로 합의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가 간 의무조항도 아닐뿐더러 올해 안에 국내 이행법 통과를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핵 테러억제조약은 국제법적으로 발효된 형태로 현재 92개국이 비준했다. 그러나 개정 핵물질방호조약은 아직 국제법적으로 발효된 상태도 아니고 26개국 추가 비준이 필요한 상태다. 미국은 아직 두 협약 모두에 가입하지 않고 있고, 일본은 개정 핵물질방호조약에는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대표는 "우리나라 국익과 국격, 심지어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당사자는 야당이 아니라 조약 비준 후 2년 넘게 방치해왔고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 등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이라며 "정부여당으로서 나라와 대통령에 도움이 되지 못할 망정 일 떠넘기기와 직무 유기로 걸림돌만 되고 있다니 한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원자력법 처리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여야가 이미 합의한 대로 방송법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함께 통과시키면 되는 문제"라며 "민생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새누리당에게 묻고 싶다. 새누리당의 진정성 있는 결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